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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행복과 감사의 조건
2007년 12월 10일(월) 19:19
어김없이 12월이 되면 거리와 지하철역에는 ‘사랑의 온도계’와 ‘자선 냄비’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차가워진 날씨와 함께 찾아온 이런 거리의 변화된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는 연말이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비단 겨울에만 찾아오는 풍속도이지만 얼어붙은 대기의 차가운 공기를 훈훈한 기운으로 잠시나마 녹여주는 사랑의 풍경이다.
최근 우리는 서로 상반된 기사 내용을 접하게 된다. 어느 대선 후보가 탈세와 위장전입 등으로 모은 수백억의 돈을 집 한 채만 남기고 모두 기부하겠다고 하는 내용과 이와는 사뭇 대조적으로 경북 문경에 사는 77세의 할머니가 폐지를 팔아 수년간 200여 만원을 기부한 기사를 보면서 가슴 한 편이 저려오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우리 모두는 경험한다.
수백억의 기증약속과 상반되는 그 할머니의 기부에는 어떤 특별한 의미가 숨겨져 있지는 않았다. 나눌수록 자신이 더욱 행복하다는 것을 알기에 행한 지극히 소박한 선행의 발로였다.
기부에는 단지 물질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서 아니 사후에 자기의 신체 일부를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병으로 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을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필자는 그들의 한결같은 마음에 늘 감사와 감동을 경험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나눌수록 더욱 자기 자신이 기쁘고 행복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또 다른 사랑의 나눔을 준비하곤 한다. 그들은 어는 유명 정치인이나 대기업의 총수나 사회의 지도층이 아닌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는 말은 사회지도층들의 사회적 위치에 따른 성숙한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초기 로마시대와 서구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왕과 귀족들은 투철한 도덕의식을 기반으로 공공봉사와 헌신, 그리고 기부와 헌납을 통한 사회 환원에 힘썼다고 한다. 이렇듯 서구 유럽의 성숙한 시민문화의 근간에는 사회 지도층의 이러한 자발성의 실현이 존재했던 것이다.
며칠 후면 인류구원을 위해 육신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을 맞이하게 된다. 바라기는 종교를 떠나 우리 모두가 타자를 위해 자기 전 존재를 내어 주셨던 예수의 가르침 묵상하며, 얼마 남지 않은 2007년 이 한해를 정리하며, 자기보다는 타자를, 채움보다는 비움을, 소유보다는 나눔의 미학을 깨닫기를 소망한다.
더욱 바라기는 12명의 대선 후보들을 위시한 소위 이 땅에서 사회 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이러한 나눔과 섬김의 도를 지극히 소박한 평범 속에서 배우고 실천하기를 바란다.
인간의 행복과 감사의 조건은 물질적 풍요와 권력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나눔과 섬김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김종운 장기기증운동본부 광주·전남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