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 씨앗과 열매, 나눔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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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씨앗과 열매, 나눔의 공동체
2007년 11월 12일(월) 20:07
“열매를 보면 씨앗이 몇 개인지 알 수 있지만, 씨앗을 보고 열매가 몇 개 열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 에서 -
한 알의 작은 씨앗에서 아름드리 거목이 자라고, 그 나무에서 결실 맺은 수많은 열매들이 또 수백, 수천의 씨앗으로 이어지는 ‘씨앗과 열매의 관계’를 생각할 때 마다 제곱, 세제곱 보다 더 커져만 가는 ‘나눔의 수’를 떠올리게 됩니다.
2002년 10월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아름다운 가게가 문을 열고, 이듬해 2003년 12월 지역에서는 최초로 첨단지구에 위치한 빅마트에 아름다운가게 광주첨단점이 문을 열었을 때, 재사용품을 판매하는 다른 가게처럼 아름다운 가게가 100호점까지 문을 열게 될 것을 상상했던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가게도 많은 재사용품 가게들처럼 짧은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던 이들이 훨씬 더 많았지만, 현재까지 전국 방방곡곡에 80여개의 아름다운가게가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07년까지 100호점 개설을 목표로 수많은 기증천사들과 기업, 단체 서포터의 도움과 5천여명의 자원활동가들과 180여명의 상근 일꾼들이 땀 흘리며 최선을 다했고, 비록 연내 100호점이라는 매장개설 전략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2008년을 맞이하고 얼마가지 않아 우리는 ‘100번째 프로포즈’ 보다 훨씬 더 감동적인 ’따뜻한 나눔이 있는 100번째 아름다운 생활문화공간’을 시민들 품에 안겨드릴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나눔장터에서 자신이 아껴 쓰던 물건을 내다 팔고 생긴 수익금 일부를 장애친구들, 난치병 친구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한 아이들의 고사리 손에서, 갓난아이를 걸음마에서 유치원까지 키워내고 진한 사랑의 내음이 물씬 묻어나는 옷들과 아이용품들을 내 놓는 젊은 엄마의 수줍은 미소에서,아끼고 다시 쓰던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애장품들을 건네주시는 아름다운 노년의 인정어린 눈빛에서 아름다운 가게는 넘치는 나눔의 마음을 받아왔습니다. 그런 나눔의 작은 씨앗들이 모여 광주지역에서만 올 한해 1월∼10월까지 5천300여만원의 소중한 결실이 맺혔고, 이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과 그들을 위해 땀 흘리는 풀뿌리 단체에게 전해 질 것입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렇게 시민들의 기증품을 손질해 되팔아 생긴 수익금으로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전해진 금액이 전국적으로 40억원이 넘는데, 이 모두가 시민 기증천사 한분 한분의 작고 소중한 ‘나눔의 씨앗’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가게가 꿈꾸는 세상은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이 하나하나 별개의 구슬같이 아름다운 소질을 갖고 있으면서 그 개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결코 그 하나가 다른 것들과 떨어져 전혀 다른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서로서로 그 빛을 주고받으며 뗄 레야 뗄 수 없는 하나를 이루고 사는 세상, 바로 ‘나눔의 인드라망’이 눈부시게 아름답게 펼쳐지는 세상입니다.
서일권 <아름다운가게 광주전남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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