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전염병 잇따르는데…전남 방역 인력난 심각
AI·돼지열병 대응 수의직공무원 정원 185명 중 95명 결원 ‘전국 최고’
13개 시·군 수의직공무원 없고 9곳은 수당 지급 조례조차 마련 안돼
“한명이 수백만마리 돌보는 꼴”…공수의 확보도 어려워 방역 공백 우려
2026년 03월 08일(일) 20:25
/클립아트코리아
“예찰 업무에 혈청·살처분 검사도 하고, 돼지에 이어 닭과 오리도 관리해야 하는데 수의직 공무원 한 명이 490만 마리, 공수의 한 명이 388만 마리 가축을 돌봐야 하는 꼴이죠. 그런데 수당을 챙겨줄 조례조차 없으니 누가 지원을 하겠어요.”

무안군 공수의 임금기(70)씨는 전남 지역의 공공 수의사 현황에 대해 “답답한 심정”이라고 혀를 찼다.

전남 지역에서 30년 동안 공수의로 활동하다 연령 제한으로 올해 활동 종료를 앞뒀는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 전염병이 잇따르는 반면 지자체의 공공 수의사 인력난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임씨는 “체력적으로 힘들고 주말 없이 농가를 찾아다녀야 해 쉽지 않지만, 요즘 젊은 수의사들은 대부분 반려동물 병원을 개설하지 공직이나 대가축 방역 분야로는 잘 오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ASF까지 퍼져서 지역 수의사들이 업무 과중이 심각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전남도의 가축 방역·예방·검사 등을 살필 축산 방역 인력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수의직 공무원은 공중방역수의사(군 대체 복무), 공수의(민간 동물병원 수의사)와 함께 현행법상 가축 방역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다. 이 중 수의직 공무원은 물론 민간 수의사를 위촉하는 ‘공수의’까지 부족해 방역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8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현재 전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수의직 공무원은 103명이며, 이 중 각 시·군에 배치된 인력은 1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의 수의직 공무원은 정원(185명) 대비 95명이 부족한 상황으로, 전국에서 가장 결원 수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목포·광양·곡성·고흥·보성·장흥·강진·해남·영암·무안·영광·장성·완도 등 13개 시·군에는 수의직 공무원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수의직 공무원이 배치된 지자체 역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여수와 구례는 각 3명, 담양·순천·나주·화순·함평·진도·신안은 각 1명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다.

전남도는 지난해 상·하반기 연인원 70명의 수의직 공무원을 채용하고자 했으나 충원된 것은 6명에 그쳤다. 2026년 상반기 채용에서도 27명을 모집하려고 했지만 7명 만이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전남 9개 지자체는 수의직공무원들의 처우를 보장하기 위한 수당 지급 조례조차 마련하지 않아 처우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지방직 수의직 공무원에게는 의료업무 등 수당을 35~6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다. 이는 지난 2024년 1월 규정이 개정돼 기존 25~50만원에서 소폭 오른 금액이다. 정부에서 지역 의사들이 부족하다고 전문의 1인당 월 400만 원의 지역근무수당을 지급하던 것과 비교하면, 그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수당만 지급하는 셈이다.

더구나 목포·순천시와 함평·강진·고흥·광양·장성·장흥·해남군 등 전남 지역 9개 지자체는 아직까지 수당을 지급하는 조례 자체를 만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자체의 ‘지방공무원의 수당지급 조례’에서는 수의직렬 및 수의연구직렬 공무원에 대한 수당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화순군은 월 30만원, 나주·여수시와 무안·곡성·신안·영광·영암·완도·보성·구례·담양군은 관련 조례를 통해 월 50만원 수당을 주기로 정하고, 진도군은 월 60만원을 주기로 하는 등 지급액도 시·군마다 제각각인 실정이다.

대안으로 민간 동물병원 수의사를 방역 담당자로 위촉하는 ‘공수의’ 제도도 운영되고 있지만, 역시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기준 전남도 내에 위촉된 공수의는 130명이다. 전남도는 2020년 105명에서 2021~2022년 108명, 2023년 113명, 2024~2025년 120명으로 공수의 수를 늘려 왔다.

이 중 나주시에는 15명, 영암·함평군에는 12명씩 공수의가 위촉됐지만, 목포시·진도군은 1명, 광양시와 완도·신안군은 2명씩밖에 위촉하지 못했다.

최근 ASF(아프리카돼지열병)가 발생한 영광군도 공수의 9명이 활동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은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간 수의사는 결국 현장 업무를 ‘보완’하는 역할이라 행정 업무 공백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는데다 24시간 대응이 어렵고 살처분 명령 등 행정 절차를 수행할 권한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공수의는 70세 미만 연령 제한이 있는 만큼, 전남의 공수의 인력이 고령화로 줄어들 위험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컨대 영암군의 경우 현재 민간 수의사 12명이 활동하고 있지만 향후 5년 안에 4~5명이 연령 제한으로 활동을 중단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향후 7~8명의 수의사가 6만여마리 가축의 방역을 전담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결국 수의사들 사이에서는 수의직 공무원, 공수의 전반의 인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전남도 차원에서 수당 현실화, 유인책 발굴 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순에서 15년째 공수의 일을 하고 있는 김기철(56)씨는 “현실적으로 유인책이 되는 수당 인상과 수의 전담관 지정 등이 이뤄져야 지원자가 늘어날 것 아니냐”며 “현장 인력을 확보하려면 수당 현실화와 승진 구조 개선 등 제도적인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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