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돼준 동행자 감사…올해 목표는 하프코스”
광주일보 3·1절 전국 마라톤 대회 참가한 시각장애인 러너들
서성연씨, 아들과 10㎞ 완주 “사춘기 자녀와 더 친해졌죠”
이명호씨 “함께 달린 가이드 러너 덕분에 도전할 수 있어”
2026년 03월 02일(월) 21:15
1일 열린 제61회 광주일보 3·1절 전국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서준혁(왼쪽부터), 서성연, 우치열, 이명호, 문성원씨가 10㎞ 코스를 완주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1일 열린 제61회 광주일보 3·1절 전국 마라톤 대회에서는 장애를 딛고 도전에 나선 참가자들이 동료, 가족과 함께 뛰며 서로의 보폭에 맞춰 레이스를 이어가는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10㎞ 코스에는 시각장애인 서성연(54), 이명호(57)씨가 각각 가이드 러너 우치열(51), 문성원(50)씨와 출천해 완주에 성공했다. ‘가이드 러너(Guide Runner)’는 시각장애인 마라토너나 육상 선수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끈을 잡고 페이스 조절, 장애물 등을 안내하는 비장애인 동반 주자를 말한다.

광주세광학교 교사인 서 씨에게 첫 10㎞ 완주였던 이번 도전은 대학시절부터 인연이 있던 우 씨가 있어 가능했다. 광주선명학교 교감인 우 씨는 달릴 때면 복잡한 고민이 사라지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는 경험을 하며 러닝이 매력에 빠졌고, 서 씨에게도 함께 할 것을 적극 권했다.

서 씨는 한때 눈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달리느냐며 망설이기도 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고 이제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달리기 전도사’가 됐다. 우 씨는 “눈이 와서 쉬자고 했더니 서 씨가 ‘눈 오는 날 언제 또 뛰어보겠느냐’며 오히려 앞장섰다”고 웃었다.

특히 이날 서 씨는 아들 준혁(18)군과 함께 레이스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평소 취미삼아 5㎞를 뛰던 그는 아버지와 함께하기 위해 10㎞에 도전했고 이번 참가는 부자(父子)에게 또 다른 출발선이 됐다.

서 씨는 “사춘기로 아이와 대화가 줄어들었는데, 러닝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많아졌다”며 “마라톤이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아빠와 같이 뛰니까 끝까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같이 연습하고, 대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공통 관심사가 생긴 것 같아 좋았어요. 기록, 장비 이야기, 다음 목표에 대한 계획까지 대화의 소재도 다양해졌습니다. 함께 땀 흘리다 보니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됐습니다.”

준혁 군은 “건강도 회복하고, 가족 간 거리도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명호·문성원 팀 역시 이날 10㎞를 완주했다. 첫 가이드 러너 도전이었던 문 씨는 우 씨를 통해 명호씨를 소개받아 4명이 함께 주 1회 7~8㎞씩 훈련해왔다.

2018년부터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소속 중장거리 육상선수로 활동하다 올해부터는 광주시 체육회 소속 슐런 종목 선수로 뛰고 있는 이 씨는 “가이드 러너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함께 달려준 분들 덕분에 계속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씨는 “코스가 좋아 비교적 편하게 뛸 수 있었다”며 “얼마 남지 않았다”고 계속 격려하며 끝까지 페이스를 맞췄다”고 밝혔다.

‘광주실천교육교사 모임’에서 활동중인 이들의 올해 목표는 하프코스 완주다. 서로의 속도에 맞춘 달리기는 체력 단련을 넘어 관계를 회복하는 시간이 됐다.

/박연수 기자 traini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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