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법 감정 - 김지을 사회부장
‘파견근무’(정미경·2013년)는 지방법원 근무를 지원한 판사의 이야기다. 우편물을 배송지별로 분류하는 속도로 사건을 처리하는 소액 재판과 한 주 동안에만 읽어야하는 수천 쪽짜리 보고서도 다 못 읽는, 그런 사건들에 파묻혀 지루하지 싶었던 일상 대신 휴양지로 떠난 출장같은 삶을 사는 판사를 통해 악의 평범성을 들춰내는 단편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판사는 ‘켜켜이 쌓이는 공소장 안에서 인생들은 납작해지고 핏물 빠진 육포가 되어 있었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모든 게 사소해졌다. 자살 혹은 타살,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 기록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결정이 잘못되면 어쩌나 고민하고 걱정하는 게 아니라 점차 가벼운 화상을 여러 번 입은 손바닥처럼 질기고 무디게 바뀐다. 결국 판사는 자신의 사건에 대한 결정을 미루다 한마디 내뱉는다. ‘정 억울하면 항소하겠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지난 19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윤 피고인에게 중형을 내리면서도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해 왔으며 현재 65세의 비교적 고령’이라는 점을 감경 양형 사유로 포함하면서 비판이 거세다.
44년 전 5·18 참상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했던 위헌적 계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진지하게 가늠하고 걱정하기는 커녕 평범한 일상 업무 처리한 듯한 선고로 읽혔기 때문이다.
국민 혈세로 월급 받으며 수십 년 간 일한 공직자가 내란죄를 저질렀으니 가중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젊었을 때 내란죄를 저질러야 제대로 처벌받는가 .국민 눈높이가 이렇다.
최강욱 전 국회의원은 한 인터넷 방송에서 “역사적 재판이나 심판의 장에 대한 인식 없이 하루하루 처리해야 하는 자기 일과나 업무로만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명의식이 부족한 법관들에겐 역사에 남을 중요한 재판도 일상의 일일뿐 국민 법 감정과는 먼 다른 나라 일인듯 싶다.
/김지을 사회부장 dok2000@kwangju.co.kr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지난 19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44년 전 5·18 참상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했던 위헌적 계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진지하게 가늠하고 걱정하기는 커녕 평범한 일상 업무 처리한 듯한 선고로 읽혔기 때문이다.
국민 혈세로 월급 받으며 수십 년 간 일한 공직자가 내란죄를 저질렀으니 가중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젊었을 때 내란죄를 저질러야 제대로 처벌받는가 .국민 눈높이가 이렇다.
최강욱 전 국회의원은 한 인터넷 방송에서 “역사적 재판이나 심판의 장에 대한 인식 없이 하루하루 처리해야 하는 자기 일과나 업무로만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명의식이 부족한 법관들에겐 역사에 남을 중요한 재판도 일상의 일일뿐 국민 법 감정과는 먼 다른 나라 일인듯 싶다.
/김지을 사회부장 dok2000@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