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통합, 전산 마비·인사 갈등 ‘장애물’ 넘어야
창원시·청주시 ‘행정통합 백서’ 분석
맹목적 몸집 불리기 부작용 경고
조직 융합·시스템 통합 성패 좌우
세정·복지 등 전산망 연동 실패 땐
민원 대란·행정마비 사태 발생
방대한 조례·제도 등 통일도 험로
2026년 02월 23일(월) 21:05
광주시와 전남도의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하는 ‘5극 3특’ 정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사상 첫 광역지방자치단체 간 결합이 사실상 확정됐다.

하지만, 통합의 성패를 가를 험난한 지뢰밭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일보가 과거 행정통합을 이뤘던 창원시와 청주시의 통합백서를 정밀 분석한 결과, 조직 융합 실패와 전산 행정 마비 리스크 등 혼란과 시행착오가 여실히 드러났다.

창원시는 마산·창원·진해, 청주시는 청주와 청원을 통합했다.

통합의 혼란은 전산 및 정보시스템 통합 과정에서 가장 터져 나올 수 있다.

백서에 따르면 3개 시를 하나로 묶는 과정에서 주민등록, 지방세, 세외수입, 건축행정, 재난관리, 지방재정, 지방인사 등 국가 표준 시스템은 물론 다수의 자체 전산망을 통합하기 위해 방대한 모의 테스트와 사후 관리를 거쳐야만 했다.

기초지자체 간의 결합 사례로 미뤄 광주시와 전남도는 광역과 기초 단위라는 완전히 다른 도농 간의 정보 체계를 하나로 엮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만약 회계, 세정, 인사, 복지 전산망 통합이 매끄럽게 맞물리지 못하면 세금 부과 오류는 물론, 각종 수당과 급여 지급, 복지 자격 검증 시스템이 즉시 흔들리며 걷잡을 수 없는 현장 민원 대란과 행정 마비 사태를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

방대한 규범과 제도를 하나로 통일하는 작업 역시 거대한 장벽이다.

창원시 백서에는 3개 시가 각기 운영하던 도로명주소, 옥외광고물, 주거환경개선지구 등 수많은 조례를 하나의 제도로 묶는 과정이 엄청난 혼선과 형평성 논쟁을 불렀다고 기록하고 있다.

광주시의 광역 조례와 전남도의 도 조례, 여기에 전남 산하 22개 시군의 조례까지 얽혀 있는 규범 정리는 창원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통합 초기에 법과 조례, 규정의 기준이 하나로 정립되지 않으면 기업과 시민들이 겪을 혼선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거대 광역 지자체 산하로 편입되면서 발생하는 제도적 사각지대도 암초다.

마산 지역은 통합 이후 자본과 행정력이 구 창원 일대로 집중되며 원도심이 급속도로 슬럼화됐다.

인구 100만에 육박하는 창원시의 하부 행정구로 묶여 있다는 통계적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의 인구감소지역 심의 대상에서 배제돼 국비 특례 지원을 받지 못했다.

현재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국가의 지원을 집중적으로 받는 전남의 숱한 군 단위 지자체들에게는 섬뜩한 예고편이다.

이들이 광주전남 특별시 산하로 편입될 경우 전체 평균치에 의해 통계적으로 희석돼, 인구감소지역 지정 요건에서 탈락하고 치명적인 재정 고갈 사태를 맞을 수 있다.

공무원 조직 내부의 불신과 인사 갈등은 통합 지자체의 뿌리를 흔드는 치명적 위험 요소다.

창원시 백서는 통합 후 공무원 조직 내 갈등 원인 가운데 승진 등 편파적 인사 갈등이 50.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적시했다.

통합 과정에 대한 불만 요인 1순위 역시 인사 불공정이었다.

통합 후 조직 개편과 맞물려 승진 기회는 줄고 업무량은 폭증하면서 하향 평준화와 인사 적체라는 후폭풍이 몰아쳤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직급 체계와 보직 규모가 훨씬 방대해, 통합 후 승진과 본청 보직 배분에 대한 뚜렷한 원칙을 합의문이나 법에 못 박지 못하면 통합 출범 전부터 공직 사회의 신뢰가 완전히 붕괴할 수 있다.

경제력과 개발 격차가 낳는 소외감 증폭도 반면교사다.

청주청원통합 백서 발간용역 자료는 통합의 단점으로 농촌 지역 상대적 소외, 투자와 개발의 도심 편중, 농정 소외감 증폭 등을 소개했다.

광활한 농산어촌과 산단이 분포한 전남도와 대도시 광주시의 격차는 청주청원보다 훨씬 커서, 균형 발전 장치가 미흡하면 전남 도민의 피해의식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위험이 높다. 개발 주도권과 공항, 항만 등 대형 프로젝트 배치를 두고 어디에 무엇을 놓느냐로 끊임없이 충돌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결국 이 모든 갈등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합의 사항 불이행을 막을 강력한 감시 기구와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이 필수적이다.

청주청원 백서는 과거 통합 실패의 원인으로 행정기관의 약속 이행에 대한 불신을 지목하며, 이를 막기 위해 통합합의 이행위원회를 두고 예산 편성과 공무원 인사에 대한 감시 권한을 특별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광주시와 전남도가 사상 초유의 광역 단위 통합이라는 미지의 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법 통과에 안주하지 말고, 과거 지자체들이 통합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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