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단종 - 이보람 예향부 부장
영화 한 편이 역사를 다시 불러내는 순간이 있다. 단종의 비극을 웃음과 눈물로 풀어낸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15일 만에 누적 관객 4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을 접하며 든 생각이다. 국내 사극 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기록한 ‘왕의 남자’보다 빠른 속도라는 흥행 기록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이같은 흥행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영화는 폐위된 어린 왕 단종이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에서 마을 사람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극적 소재이지만 영화는 예상보다 따뜻하고 유머를 잃지 않는다. 무겁게 다가오기보다 인물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한다.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슬픔이어서 오히려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흥행 분위기는 영화관을 넘어 실제 공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영월이 재조명되며 청령포와 관풍헌, 장릉을 잇는 동선이 ‘역사를 걷는 여행’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영화 속 장면을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장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내내 마음에 남은 건 단종의 비극 자체보다 그를 떠나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었다. 엄홍도와 마을 사람들, 권력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단종 복위를 시도하다 목숨을 잃은 금성대군까지.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을 다시 찾아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얼마나 일부에 불과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좋은 영화는 관람으로 끝나지 않는다. 몰랐던 이름을 검색하게 하고 잊고 있던 사건을 다시 들춰보게 하며 결국 그 인물이 머물렀던 장소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인지 영월이라는 지명은 더 이상 먼 관광지가 아니라 어린 왕의 시간과 그를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선택이 남아 있는 공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영화는 끝났지만 단종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그 기억은 관객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 여운이 영화를 넘어 역사를 다시 찾아보는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보람 예향부 부장 boram@kwangju.co.kr
흥행 분위기는 영화관을 넘어 실제 공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영월이 재조명되며 청령포와 관풍헌, 장릉을 잇는 동선이 ‘역사를 걷는 여행’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영화 속 장면을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장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좋은 영화는 관람으로 끝나지 않는다. 몰랐던 이름을 검색하게 하고 잊고 있던 사건을 다시 들춰보게 하며 결국 그 인물이 머물렀던 장소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인지 영월이라는 지명은 더 이상 먼 관광지가 아니라 어린 왕의 시간과 그를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선택이 남아 있는 공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영화는 끝났지만 단종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그 기억은 관객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 여운이 영화를 넘어 역사를 다시 찾아보는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보람 예향부 부장 bora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