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사라지는 광주·전남, 주거 사다리도 끊겼다
“청년 주거안정 위해 비아파트 품질·금융지원 병행해야”
2026년 02월 19일(목) 17:20
비아파트의 주거사다리 기능 회복을 위한 정책 방향 개념도. <국토연구원 제공>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연립·다가구 등 이른바 ‘비아파트’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경제력이 약한 서민·청년층의 주거 사다리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비아파트 소유 기피 현상과 주거정책 과제:청년 주거 안정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이미 ‘주거 규범’으로 자리 잡았고 비아파트는 점차 ‘임시 거처’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에서 이러한 인식이 두드러졌다.

비아파트 거주 가구는 아파트 거주 가구보다 자가 비율이 낮고 임차 비율이 높다는 특징을 보였다. 아파트 거주 가구의 자가 비율은 70.5%로 비아파트 거주 가구의 자가 비율(43.0%)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청년 가구의 비아파트 자가 비율은 4.5%에 불과했다. 전체 가구의 20.5%가 비아파트 자가로 거주하는 것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비아파트가 있음에도 청년층이 이를 ‘주거 사다리’의 단계로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주거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청년 가구에서는 ‘비아파트 임차→아파트 임차→아파트 자가’ 순의 이동이 일반적이었으며 ‘비아파트 자가’를 거치는 비중은 극히 낮았다.

광주지역 주택업계 관계자는 “광주도 봉선·수완·첨단 등 주요 학군·신흥 주거지는 아파트 선호가 절대적”이라며 “구도심 빌라 매물은 거래 회전이 느리고 실거주보다 임대 목적이 많다”고 설명했다.

비아파트는 가격 경쟁력이 있음에도 아파트와의 격차를 보였다. 전국 기준 아파트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는 6.9배인 반면 비아파트는 5.0배로 상대적으로 낮다.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 역시 아파트(19.6%)보다 비아파트(16.4%)가 낮았다.

이는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 주거 환경과 자산 형성 측면에서의 격차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아파트는 단지형 공급으로 주차장·녹지·관리사무소 등 기반 시설이 체계적으로 갖춰진 반면 저층 주거지는 주차난·노후화·관리 부실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전세가율 상승과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비아파트에 집중되면서 ‘가격은 싸지만 불안한 집’이라는 인식도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 분석 결과 역시 아파트와 비아파트의 격차를 보였다. 자산·소득 수준은 아파트 자가, 아파트 임차, 비아파트 자가, 비아파트 임차 순으로 뚜렷한 위계를 보였다. 특히 비아파트 자가 가구의 소득이 아파트 임차 가구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 주택 ‘유형’ 자체가 계층을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광주·전남지역 역시 혁신도시·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공급이 지속되는 반면 구도심 저층 주거지는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역 내에서도 아파트 단지와 저층 밀집지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비아파트의 ‘주거사다리 기능’과 ‘주거대안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공공의 비아파트 매입 확대와 공공임대 활용, 매입임대의 분양 전환·환매 제도 도입, 청약 시 비아파트 소유에 대한 불이익 완화, 저층 주거지 기반 시설 확충과 관리 지원 체계 구축 등이 제시됐다.

아파트는 가격 상승과 재건축 등을 통한 자산 가치 상승 등 자산 형성 측면에서 비아파트에 비해 유리하기 때문에 비아파트에 대한 금융 지원 등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와 구축 비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벌어지면서 수요가 아파트로 더 쏠리고 있다”며 “비아파트의 주거 품질 개선과 금융 지원 없이는 양극화가 심화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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