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애플 피자 - 김지을 사회부장
2026년 02월 10일(화) 00:20
‘내가 만나는 모든 이탈리아인을 열받게 하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한 때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었다. 미국인이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찍은 시리즈 영상에는 파스타를 가위로 자르거나 에스프레소에 생수를 붓는 모습 등이 담겼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이 영상을 보는 재미다. 식당 매니저에게 신고하거나 머리를 감싸쥐는 종업원, 특히 피자에 케첩을 뿌리자 식당 매니저가 걸어와 케첩 병을 집어 던지는 장면 등은 조회 수가 많았다.

파인애플 토핑이 올라간 파인애플 피자, 이른바 ‘하와이안 피자’도 음식에 자부심이 강한 이탈리아에서 부정적 반응이 뚜렷하다. 파인애플 피자를 음식에 넣지 말아야 할 것을 첨가하는 ‘음식 모욕’ 행위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일을 뜨뜻미지근하게 먹는 게 어디 있냐며 혐오하는 편이다. 이탈리아를 반으로 갈라놓는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몇 년 전 인기를 끈 홍콩 누리꾼들의 ‘파인애플 피자 사진 챌린지’는 이 점을 노린 영상이다. 파리올림픽(2024년) 펜싱 플뢰레 결승에서 홍콩 대표가 세 차례 비디오 판독을 거쳐 이탈리아 대표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이탈리아펜싱연맹이 성명을 내는 등 반발하자 홍콩 누리꾼들이 파인애플 피자 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판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 화제가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4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총회에 참석한 100명의 위원들에게 던진 질문이 ‘파인애플을 피자에 올려도 되는가’ 였다. 투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실시한 것인데 무거운 회의 분위기를 바꿨다고 한다. 결과는 어땠을까. 기권 5표를 뺀 유효 투표수 95표 중 ‘예’가 46표, ‘아니요’가 49표였다.

며칠 있으면 설이다. 가족들이 모이는 밥상에 온갖 얘깃거리가 올라갈테다. 민주·조국혁신당 합당, 검찰 수사권 박탈, 법원 개혁과 윤석열·김건희 형량,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 종료, ‘번갯불’ 행정통합에 특혜·특례 논쟁 등 차고 넘칠거다. 밥상을 갈라놓는 질문 대신, 동그랑땡이냐 육전이냐, 떡국엔 고기를 넣을까 굴을 넣을까라는 질문으로 웃으며 한 해를 맞으시길.

/김지을 사회부장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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