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일상에 뿌리내린 기부3-고향사랑기부
고향을 바꾸는 기쁨 ‘고향사랑기부’
광주 남구·동구 큰 성과, 의미있는 쓰임으로 “보람”
2026년 02월 08일(일) 18:50
지난해 광주 동구 불로동에 새로 조성된 유기견 입양센터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보호 중인 강아지를 안고 돌보고 있다. 입양센터는 고향사랑기부제로 모인 성금 3억9천만 원을 투입해 마련됐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설 명절이 다가오면 마음은 자연스럽게 고향을 향한다. 고향을 직접 찾아가 부모님을 뵙거나 고향을 지키고 있는 가족과 친척들을 찾아가 반가운 인사를 나누면 좋으련만 모두가 고향으로 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과 거리, 현실적인 상황으로 인해 명절에도 일상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신 내려가지 못해도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고향사랑기부제’도 그 중 하나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신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해당 기부금이 지역 발전과 주민 복리 증진에 사용되는 제도다. 인구 감소와 지방 재정 악화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지역이 스스로 재원을 마련하고 외부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입됐다.

기부자는 일정 금액까지 전액 세액공제가 가능하고 일정 비율의 답례품도 제공받을 수 있다. 답례품은 지역 농수산물이나 가공식품, 체험형 상품 등으로 구성돼 기부를 하면 곧바로 지역소비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기부를 통해 지역 재정을 보완하는 동시에 지역의 자원과 가치를 외부와 연결하겠다는 취지가 엿보인다.

고향사랑기부제는 2023년 1월 시행 이후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일부 지자체의 참여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도 단위와 시·군 단위 전반에서 기부금 규모가 꾸준히 늘면서 제도가 정착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특히 기부금의 쓰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거나 지역 현안과 연결한 사례들이 주목받으며 고향사랑기부제가 단순한 재정 보완책을 넘어 지역 정책의 한 축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고향사랑기금 지원을 받고 있는 광주 남구 꿈의 오케스트라. <광주 남구>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 동구와 남구다. 광주 남구는 2025년 한 해 동안 71억 원이 넘는 고향사랑기부금을 모으며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모금 실적을 기록했고, 광주 동구 역시 64억 원 규모로 뒤를 이었다.

수도권이나 관광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 아닌 광주의 기초자치단체 두 곳이 나란히 전국 최상위권에 오른 것은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제도의 성과를 가르는 기준은 단순한 기부금 규모에만 있지 않다. 기부자가 얼마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지,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얼마나 명확히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 광주 남구의 사례는 이러한 조건이 맞물릴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잘 보여줬다.

남구는 제도 시행 초기부터 답례품 구성과 홍보 전략에 비교적 공을 들였다. 지역 소상공인과 협력해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답례품을 마련했고, 이를 통해 기부가 곧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남구의 접근 방식이 ‘특별한 사업’보다 ‘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제도 설명을 비교적 쉽게 전달하고 기부 과정 역시 간소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고향을 떠난 이들이나 지역에 연고를 둔 이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이 기부 참여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광주 동구 고향사랑기부 ‘지정기부제’ 사업중 하나인 ‘발달장애 청소년 E.T(East Tigers) 야구단 지원’ 사업. <광주 동구>
광주 동구는 고향사랑기부제를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동구는 일반적인 기부금 모금과 더불어 ‘지정기부제’를 적용한 사업을 운영하며 기부자가 기부금의 사용 목적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다. 1935년 개관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 극장인 광주극장은 오랜 시간 지역 문화의 중심 역할을 해온 공간이지만, 시설 노후화와 운영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동구는 고향사랑기부금을 활용해 광주극장의 시설 개선과 환경 정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기획했고 이는 지역의 오래된 문화 공간을 함께 지켜간다는 메시지로 기부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문화 자산을 보존하는 동시에 지역의 기억과 정체성을 다음 세대로 잇겠다는 취지가 분명하게 전달된 점이 특징이다.

‘발달장애 청소년 E.T(East Tigers) 야구단 지원’ 사업 역시 광주 동구 지정기부제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이 사업은 전국 최초 발달장애 청소년들로 구성된 야구단의 훈련과 장비, 대회 참가 등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스포츠를 통해 사회적 포용과 자립을 돕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기부금이 청소년들의 일상과 성장 과정에 직접적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기부자들의 호응이 컸고 단순한 복지 지원을 넘어 지역 사회가 함께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유기 동물 구조·보호 사업도 지정기부제로 운영되고 있다. 동구는 민간 보호 단체와 협력해 유기 동물의 구조, 치료, 임시 보호, 입양 연계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했고 기부금은 이 과정 전반에 활용된다. 지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로 기부의 범위를 확장한 사례로,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3월 전남도청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명예의 전당 제막식’. <전남도>
전남에서도 고향사랑기부제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전남도는 2025년 한 해 동안 추진한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액이 239억 7000만원을 기록하면서 3년 연속 광역자치단체 전국 1위를 달성했다. 전남도와 22개 시·군이 고향사랑 기부제 활성화를 공동목표로 정하고 역할을 분담해 체계적으로 추진한 결과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이후 제도 운영 방향 설정과 광역 홍보를 총괄하고 각 시·군은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 발굴과 현장 중심 홍보에 집중하며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 왔다.

곡성군은 고향사랑 기부금을 활용해 65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5월 상시 소아과를 개원했다. 곡성군 보건의료원에 개원한 ‘매일 만나는 소아과’는 2600여 명의 주민과 고향사랑기부자들이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지정기부를 통해 3억원 이상의 기부금을 모금함으로써 재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후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시즌 2, 어르신 돌봄을 위한 마을 빨래방 프로젝트, 유기동물 보호센터 운영 지원 프로젝트 등을 위한 고액 기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을 통해 개원한 곡성군 소아과. <곡성군>
영암군도 지난해 고향사랑 지정기부 ‘2026년 소아청소년과 운영비 모금’이 목표액을 162% 초과 달성했다. 영암군 소아청소년과는 2024년 8월 20년 만에 다시 문을 열면서 고향사랑기금 등으로 운영돼 왔다. 지난해 기부금으로 올해 소아청소년과 운영비로 활용하고 2027년 운영비를 확보하기 위해 올해 다시 기부금 모금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부터 새로 시작된 지정기부도 인기다. 시골 어르신 식품 구입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식료품과 현금자동출납기를 실은 차량이 마을을 찾아가는 ‘동네방네 기찬장터 운영비’와 마을까지 세탁차량이 찾아가는 ‘기찬이동빨래방 운영비’ 모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완도군은 ‘완도군BC 유소년야구단’ 육성지원 시즌2를 운영, 지역 청소년들에 체육활동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창단 2년 차인 완도군BC 유소년야구단은 지도자와 아이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전국대회 2회 우승과 준우승 1회를 달성하며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완도군은 아이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운영과 지원을 위해 지정기부제를 이어가고 있다.

명절에 고향을 떠올리지만 현실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기부는 또 다른 형태의 참여가 된다. 거창한 변화를 약속하는 제도라기보다 지역과 개인이 다시 연결되는 하나의 통로에 가깝다. 기부 방법은 어렵지 않다. 고향사랑 기부 포털 ‘고향사랑e음’으로 접속해 자치단체 또는 특정사업을 정해 기부를 하거나 가까운 NH농협은행을 방문해 기부할 수도 있다. 기부자에게는 기부 금액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이 제공된다.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 공제, 1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선 16.5~44%의 세액 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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