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해소 발목 잡는 임대료…충장로 임대료 광주 평균 상회
10평 기준 월 150만~200만원
상가 80% 이상 노후 건물
수리비 등 고려없는 임대료에
신규 커녕 기존 상인도 못 버텨
지자체 주도 ‘임대료 인하’
상권 활성화 사례 눈여겨봐야
2026년 02월 04일(수) 19:30
4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 3가 일대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긴 가운데 상가 건물 곳곳에는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는 등 공실이 이어지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
충장로 중심 상가의 3곳 중 1곳이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현실과 동떨어진 높은 임대료가 상인들의 운영 부담을 키우며 상권 침체를 장기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땅값’과 유동 인구는 크게 떨어졌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공실은 늘고 상권을 찾는 시민들마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4일 국토교통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에 따르면 1996년 광주시 동구 충장로우체국 일대(우체국 맞은편 충장로2가 15-1)의 표준지 공시지가는 ㎡당 1700만원에 달했다. 이를 평(3.3㎡) 기준으로 환산하면 5610만원 수준이다.

반면 올해 해당 지역의 표준지 공시지가는 평당 3646만5000원으로, 액면가 기준으로만 비교해도 30% 이상 하락했다.

국가데이터처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적용하면 30년 전 평당 가격은 현재 가치로 1억2375만원에 해당해, 현재 공시지가는 그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수십년 새 ‘땅값’은 뚝 떨어졌지만, 충장로 일대 상가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충장·금남로 일대 소규모 상가(연면적 330㎡ 이하)의 임대료는 ㎡당 평균 1만9000원으로, 10평 기준 62만7000원 수준이다. 이는 광주 지역 평균(55만1900원)을 웃도는 수치다.

중·대형 상가(연면적 330㎡ 이상)의 경우 10평 기준 임대료는 100만3200원으로, 지역 평균(71만2800원)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상권 중심지인 충장로 1~3가 일대는 10평 기준 월 임대료가 150만~200만원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2년 전 250만~300만원에 비해서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상무지구 상권의 10평 기준 임대료인 62여만원과 비교해도 큰 격차를 보인다.

충장로와 황금동 상가 612곳 중 524곳(85.6%)은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로, 입점시 들어가는 인테리어와 수리비 등을 고려하면 임대료가 현실과 괴리를 보인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경기 침체로 개업을 시도하는 신규 창업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기존 상인들 역시 더 이상 높은 임대료를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현장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공인중개사 황성준(71)씨는 “최근 임대료가 다소 내려가긴 했지만, 경기 침체와 공실 증가로 신규 창업자는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비교적 높은 임대료로 계약했던 기존 임차인들이 매출 부진으로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매출은 갈 수록 줄어드는데 임대료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임대 상인들의 한숨도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20년째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철민(63)씨는 “한창 때와 비교하면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 요즘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50년도 넘은 건물이지만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인테리어를 새로 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임대료가 내렸다고 해도 여전히 높아, 내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광주시는 이러한 상인들의 부담을 덜겠다며 지난해 23명의 건물주와 협의해 ‘반값 임대료’ 협약을 추진하고, 시세 대비 50% 인하된 임대료로 상가를 공급하겠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성과는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민감한 정보’라는 이유로 주변 시세와 실제 임대료는 확인하지 못한 채, 건물주들로부터 임대료 인하 약속만 받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협약 기간 역시 2년에 불과하며 실제 입점한 상인 숫자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높은 임대료가 유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반값 임대료’ 캠페인이 충장로 상권에 확대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충장로 내에서도 임대료를 낮추자 상권 활성화 효과를 본 사례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충장로 안길에 조성된 ‘홍콩골목’의 경우, 지자체 주도로 ‘시세 대비 최소 60%이하’라는 임대료 기준을 두고 상가를 모색했고, 향후 일정 기간 유지에 뜻을 모은 건물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그 결과 비교적 낮은 임대료 부담 속에 신규 ‘핵심 점포’들이 자리 잡으며 매출과 방문객 수치가 함께 늘어나는 등 장기 침체에 빠진 충장상권의 드문 ‘희망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공실을 줄이고 신규 창업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방식의 상권 재생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영수 대한부동산학회 광주지부장은 “공실은 주변 상가로 점차 확산돼 상권을 서서히 붕괴시킨다”며 “충장상권의 공실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건물주들이 현실에 맞게 임대료를 조정하는 자구 노력이 상권 활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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