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 “5·18 정신적 손배 위자료 형평성 맞춰야”
이달초 광주지법에 의견서 제출…국가 책임지고 배상 의지 표명
‘서울-광주 법원 위자료 편차’ 본보 지적 속 상향 조정될 지 관심
2026년 01월 29일(목) 19:40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광주 법원에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 위자료를 ‘형평성 있게’ 산정할 것을 요구했다.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국가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해도 서울법원과 광주법원 등의 위자료 산정 기준이 달라 위자료 차이가 4배까지 벌어진다는 지적<광주일보 2024년 9월 30일 6면>에 따른 의견서다.

정부가 고액의 위자료를 산정해 왔던 서울 법원이 아니라, 적게 산정해 온 광주 법원에 의견서를 냈다는 점에서 사실상 위자료 상향을 요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손해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이들도 적지 않지만, 이번 의견서를 계기로 위자료를 높이기 위한 추가 소송이 빗발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9일 5·18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 장관은 지난 9일 광주지법에 5·18 국가손배 사건 관련된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 장관은 5·18 피해자 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 대한민국의 법률상 대표자 신분으로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장관은 의견서에 “최근 5·18 유족회 성명, 국정감사 등을 통해 5·18 관련 국가배상소송 판결로 인정된 위자료 액수 사이의 편차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법무부는 이같은 문제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고 적시했다.

이어 “5·18 관련 국가배상소송의 위자료 액수 산정에 관해 형평성을 고려한 판단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재판부에 의견을 냈다.

의견서에는 사망, 장해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 예시도 포함했는데, 해당 예시에는 법원별 위자료 차이가 4배를 넘어 최대 6배까지 벌어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예컨대 광주고법은 지난 2023년 8월 계엄군으로부터 곤봉, 전투화 등으로 구타당해 장해등급 14등급을 받은 A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서울지법의 경우, 같은 해 11월 똑같이 계엄군 폭행으로 장해등급 14등급을 받은 B씨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산정해줬다. 같은 장해 등급을 받고도 A씨보다 6배 많은 위자료를 받은 것이다.

광주고법은 같은 해 11월 계엄군에 체포돼 구금, 구타 및 고문을 당해 후유증으로 1990년 사망한 C씨에 대한 위자료를 1억원으로 정했으나, 서울지법은 같은 달 계엄군 총격으로 상해를 입고 구금된 뒤 정신질환을 앓다 도로에 뛰어들어 숨진 D씨에 대한 위자료를 4억원으로 산정했다.

정 장관은 의견서를 통해 “5·18 관련 사건은 피해자가 매우 많으며, 국가배상소송이 전국 법원에 산재해 있는데 위자료 액수 산정에 있어 형평이 중요한 요소로 반드시 고려돼야 할 것”이라며 “국가손배소송 판결들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로 인해 5·18 피해자들은 또다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랜 세월 고통받아 온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의 정도와 규모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법원의 역할이 가지는 중요성에 비춰, 형평의 원칙에 대한 넓은 검토와 깊은 고려가 필요하다”며 “5·18 관련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 회복과 실질적 보상을 해 국민화합과 민주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목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위자료 산정과 관련해 형평성 있는 판단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법조계에서는 의견서 내에 직접적으로 위자료를 ‘상향’할 것을 요구하는 문구는 적히지 않았지만, 정부가 피고인 입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간접적으로 위자료 상향을 요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5·18 국가폭력 피해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고 배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송창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장은 “정부가 위자료 상향을 전제로 의견서를 낸 것이 맞다면,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뒤늦게나마 5·18 피해자들과 유족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자세로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69683200795049112
프린트 시간 : 2026년 01월 29일 23:5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