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장애 예술교육 - 최성희 광주교육대 미술교육과 교수
2026년 01월 27일(화) 00:20
장애인이 예술 작품을 창작하면 무엇이라 부를까? 장애인 예술 작품, 장애 예술 작품이라 부른다. 그냥 예술 작품은 아닌 셈이다. 이러한 명명법에 작품을 창작한 작가는 왜 본인의 작품 앞에는 항상 수식어가 붙어있어야 하는지 불만이다. 나도 불만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불만이 반갑다. 왜냐면 언제나 늘 존재하고 있었으나 들려지지 않은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이제 이러한 목소리는 입안에서 중얼대는 독백이 아니라, 혼자 외치는 외마디 소리가 아니라, 서로가 마주 보고 같이 이야기 하는 대화의 장에서 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재했던 목소리는 지난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대나무정원에서 전시 ‘N개의 발화: 비대칭 감각에 대하여’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지고 보여지며 새로운 소통의 장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광주교육대가 한양대와 컨소시엄으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함께 진행한 ‘2025 이음 예술창작 아카데미 창작자과정(전문예술교육)’의 수료전시였다. 장애(인) 예술에 대한 불만은 전시 중 진행되었던 라운드 테이블 ‘장애 예술 교육의 방향과 과제: 장애 예술 or 장애인 예술 or 예술?’ 토론 중 나왔던 참여 작가의 의견이었다.

14명의 신진 작가들은 지난 6개월 동안 광주교육대에서 전문 창작자로 발돋음 하기 위해 전문 예술 교육 과정을 밟았고 그 모든 과정을 수료전시에 담아내었다. 2025 광주교대 이음 예술창작 아카데미는 25년 6월 18세 이상 장애가 있는 예비 작가들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 심사와 면접 심사를 거쳐 15명의 예비 신진 작가들을 선발해 6개월간의 여정을 시작하였다.

나는 이 과정의 연구책임자로 지난해 봄 다년간 동일사업을 진행했던 한양대와 컨소시엄으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공모 사업에 지원하여 수도권 외 지역으로는 처음 이음 예술창작 아카데미 창작자과정을 광주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미술교육 전공자로 장애 예술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2015년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의 전시 ‘코끼리 주름 펼치다’, ‘끼리끼리코끼리’를 공동 큐레이팅한 이래 장애 예술 교육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해 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장애·비장애 접근성 확장을 위한 전시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의 전시교육연계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며 광주 지역의 포용적 사회를 향한 갈망과 갈증 또한 느낄 수 있었기에 이음 예술창작 아카데미를 통해 장애인 대상 전문 예술 교육의 기초를 마련하고, 더 나아가 장애 예술인 육성을 통한 포용적 예술의 지평을 확대하기를 희망하였다. 장애 예술가들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 예술 교육’을 통해 모두가 같이 성장하고 서로의 경계가 무너지고 확장되기를 희망하였다.

이 과정을 함께한 신진 작가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장애 스펙트럼과 가진 개성도 다양하다. 기존 학교 교육에서는 학습자의 다양성보다는 정해진 교육과정과 목표에 따라 하나로 정해진 교육을 하기 쉬운데, 이음 예술 창작 아카데미 과정은 다양한 개성을 가진 학습자들과 함께 시작했기에 처음부터 개별적인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설계하였다. 참여자의 강점을 기반으로 멘토 예술가들, 그리고 다른 동료 작가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자신의 예술 언어와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도록 멘토링과 크리틱 중심의 예술 창작 교육 과정과 전문가 비평, 신체 표현 워크샵, 예술현장 체험, 현대미술 특강, 선배 작가 특강으로 구성된 특별 교육과정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장애 접근성 확장을 위해 공간, 의사소통, 이동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같이 진행하였다.

그러나 무언가가 새롭게 움트고 모양을 갖추고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에 있을 때는 그것의 형체를 온전히 알기가 어렵다. 열심히 달렸지만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기에 무엇을 했는지 아직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다만 예술 향유자의 자리에만 머물러야 했던 장애 예술작가들이 창작자로서 자기 결정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문 예술교육을 대학 및 지역과의 연계로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장애 작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의 온도에 맞추어 공론의 장에서 들리게 ‘발화’하는 주체로 설 수 있었다는 점이 반갑다. 더불어 우리도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성숙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설렌다. 같이 성장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우리의 지평이 그 만큼 확장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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