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 - 김지을 사회부장
2026년 01월 27일(화) 00:20
‘/적신호로 바뀐 건널목을 허둥지둥 건너는 할머니/ 섰던 차량들 빵빵대며 지나가고 놀라 넘어진 할머니에게/ 성급한 하나가 목청껏 야단친다/ 나도 시방 중요한 일 땜에 급한 거여/ 주저앉은 채 당당한 할머니에게/ 할머니에게 뭔 중요한 일 있느냐는 더 큰 목청에/ 취직 못한 막내 놈 밥해주는 거/ 자슥 밥 먹이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뭐여?/….’〈밥해주러 간다·유안진〉

쌀은 한국인의 ‘주식’이다. ‘밥심’으로 사는 게 한국인이고 중요한 순간에는 밥, 쌀이 빠지질 않는다. 생일이면 흰쌀밥에 미역국을 먹는다. 죽어서도 먹는다. 저승에서 굶지 않기를 기원하며 망자 입에 쌀 한 술 넣어준다. 저승사자에게 사잣밥을 대접하며 제사상에 정성껏 차린 밥을 올린다. 세금도 쌀로 바쳤다.

그 쌀이, 그 밥이 달라진 지 오래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3.9㎏. 전년(55.8㎏) 대비 1.9㎏(3.4%) 줄었다. 역대 최저치다. 1984년(130.1㎏) 이후 늘어난 적이 없다. 1인당 하루 쌀 소비량도 147.7g(평균)으로 전년도(152.9g)에 견줘 5.2g 감소했다. 하루에 즉석밥(210g) 한 개도 먹지 않는 셈이다. 이쯤되면 주식은 커녕, ‘간식’도 아니다.

쌀 수요는 주는데 쌀값은 오른다는 불만도 들린다. 쌀 한 가마(80㎏) 가격은 지난 15일 기준 22만 9028원으로 1년만에 22.2% 올랐다. 2년 전 역대 최저 수준인 17만원대까지 폭락하자 쌀값을 안정시키겠다며 정부가 46만t이 넘는 쌀을 사들이거나 격리하는 대책을 내놓은 이후부터 오름세다. 정부는 격리키로 했던 쌀 10만t을 보류하겠다고 최근 방침을 변경했다.

농민들은 이제 정상으로 돌아가는 단계라고 입을 모은다. 비료값·농자재값·인건비 등 폭등한 생산비를 감안하면 밥 한 공기 분량인 쌀 100g에 300원 정도를 받아야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사먹는 소비자들도 모를 리 없다. 쌀값은 이제야 올랐는데 다른 것이 더 올라서 걱정인거다. 농민 마음을 헤아리면서 소비자 마음을 살피는 일, 바로 정부가 할 일이다.

/김지을 사회부장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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