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알지만 동참 안해” 광주시민, 탄소중립 피로감 확산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 ‘시민참여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
반복된 경고에 피로감 누적·실천 효능감 부족이 원인 지적
‘기후시민회의’ 상설화·시민실천 대시보드 도입 등 시급
2026년 01월 26일(월) 20:10
광주시민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은 높아졌으나, 탄소중립 정책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는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되는 위기 경고에 대한 피로감과 “나 하나 실천한다고 바뀌겠어?”라는 무력감이 작용한 탓이다.

이에 따라 단순히 캠페인을 벌이는 수준을 넘어, 시민이 직접 정책을 만들고 성과를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6일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이 발표한 ‘광주시 탄소중립 관련 시민참여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3월 광주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차 탄소중립 생활실천도 조사’ 결과 기후변화 심각성 인식도는 100점 만점에 79.45점으로, 2023년 1차 조사(76.90점) 때보다 2.55점 상승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74.15점으로 2년 전(76.80점)보다 2.65점 하락했다.

특히 ‘2045 탄소중립 도시 광주 정책에 동참하겠다’는 의향은 71.25점에 그쳐, 2023년(76.30점) 대비 5.05점 떨어졌다. 위기는 알지만 행동하기는 싫은 ‘인식과 실천의 괴리’가 커진 셈이다.

실천 항목별로 온도 차도 뚜렷했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실천도는 13.66점 뛰었지만, ‘재활용 분리배출’ 실천도는 오히려 6.60점 하락했다.

보고서는 “비용이 들지 않는 단순 실천 항목조차 점수가 떨어진 것은 반복적인 참여 강요에 따른 피로감과 실천을 해도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효능감 부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함께하는 탄소중립 실천도시’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구체적인 해법으로 광주기후시민회의 상설화, 시민실천 데이터 대시보드 구축, 광주형 시민실천 챌린지 도입 등을 제안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안은 ‘광주기후시민회의’다.

성별·연령·지역을 고려해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 100여 명이 학습과 숙의 과정을 거쳐 기후 정책을 직접 제안하고, 시장과 시의회에 권고안을 제출하는 상설 기구다.

단순히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넘어, 시민에게 정책 결정의 권한을 나눠주자는 취지다.

내가 줄인 탄소량을 눈으로 보여주는 ‘탄소중립 시민실천 대시보드’ 구축도 시급하다.

현재는 시민들이 에너지를 아끼거나 자전거를 타도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대시보드가 구축되면 개인과 아파트, 마을 단위의 온실가스 감축량이 실시간 데이터로 시각화돼 시민들의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재미와 보상을 결합한 ‘광주형 시민실천 챌린지’도 제시됐다.

‘일주일 무배달 생활’, ‘30일 대중교통 출퇴근’ 등 구체적인 미션을 수행하면 지역화폐인 광주상생카드나 교통비 등으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아파트나 학교 대항전(리그)을 열어 우수한 공동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김예슬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 전임연구원은 “시민이 기후위기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관주도의 일방 홍보 방식으로는 더 이상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시민이 정책의 기획부터 평가까지 전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노력한 만큼 확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69425800794887277
프린트 시간 : 2026년 01월 27일 00: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