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지 않은 죄- 유제관 제작총괄국장
믿는 것과 의심하는 것의 근본은 같다고 한다. 확실히 알지 못해 의심하고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믿게 된다. ‘알지 못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서 의심하기도 하고 믿음을 가지기도 하는 것이다.
특검으로부터 사형을 구형받은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성공에 대한 믿음이 컸을 것이다. 역사상 친위 쿠데타가 실패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 저항과 국회의 신속한 계엄해제요구결의안 처리로 좌절되자 ‘계몽령’, ‘호소형 계엄’이라는 희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것은 ‘총리와 장관들이 말리지 않아서 계엄을 선포했다’는 발언이다.
지난 겨울 12·3 내란으로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인 것은 독재를 꿈꾼 한 사람의 지도자 때문만은 아니다. 그 곁에는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해 쿠데타의 법적 요건을 만들어 주려한 관료들이 있었다. 계엄이 실패하자 이들은 “나는 계엄에 반대했다. 관련된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상황이 담긴 대통령실 CCTV 등 증거가 공개돼 모두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들은 쿠데타의 위법성을 의심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행동은 선택적으로 기억했다.
인간사회의 악(惡)은 잔혹한 얼굴이 아닌 평범한 얼굴로 나타나 규정과 매뉴얼을 통해 수행된다. 내란의 부역자가 된 이들을 보면 떠오른 인물이 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아돌프 아이히만이다. 그는 전범재판에서 “나는 단지 상급자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결국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됐다. 특별검사가 적용한 죄는 “의심하지 않은 죄, 생각하지 않은 죄, 행동하지 않은 죄”였다.
윤석열 내각의 내란방조혐의 재판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특검은 한덕수와 장관들에 대해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 의무를 저버리고 내란 범행에 가담했다”며 중형을 구형했다. 그날 밤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5·18 광주’처럼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한국사회는 또다시 큰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내란에 부역한 국무위원들의 ‘의심하지 않은 죄’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유제관 제작총괄국장 jkyou@
특검으로부터 사형을 구형받은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성공에 대한 믿음이 컸을 것이다. 역사상 친위 쿠데타가 실패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 저항과 국회의 신속한 계엄해제요구결의안 처리로 좌절되자 ‘계몽령’, ‘호소형 계엄’이라는 희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것은 ‘총리와 장관들이 말리지 않아서 계엄을 선포했다’는 발언이다.
윤석열 내각의 내란방조혐의 재판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특검은 한덕수와 장관들에 대해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 의무를 저버리고 내란 범행에 가담했다”며 중형을 구형했다. 그날 밤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5·18 광주’처럼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한국사회는 또다시 큰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내란에 부역한 국무위원들의 ‘의심하지 않은 죄’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유제관 제작총괄국장 jk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