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것은 잘 화하고 흰 것은 색을 잘 받는다 -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6년 01월 16일(금) 08:20
원불교 3대 종법사인 대산 김대거 종사(1914~1998)는 ‘감수화 백수채(甘受和 白受彩)’라 했다. 단 것은 잘 화(和)하고 흰 것은 색을 잘 받는다는 말이다. 종교인들은 백수채 공부를 잘해야 한다. 공자께서도 ‘회사후소(繪事後素)’라고 하였다. 그림을 잘 그리려면 먼저 바탕을 희게 만들어야 그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채색할 수가 있다.

우리가 선(禪)을 하는 목적도 마음 바탕을 맑고 깨끗이 하기 위함이다. 마음이 구겨지면 그것을 법 다리미로 펴야 하고 또 마음에 물이 들면 그 문을 빼는 일에 도인이 되어야 한다. 무명(無名)에 가리고 덮여있을 때는 선입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기도와 선으로 끊임없이 정진 적공을 하여 청정심을 빨리 회복해야 한다.

마음의 더러운 물을 빼는 일에 공들이는 방법은 사람마다 조금 씩 다를 수 있다. 성탑에 가서 심고 모시면서 빠질 때도 있고, 또 염불하면서 해결될 때도 있고, 또 호흡을 하면서 비워질 때도 있다. 내 마음이 뻣뻣하고 주름이 지면 그것을 잘 녹이고 펴야 쾌활하고 좋아진다. 그러므로 내 마음의 구김을 펴고 마음의 땟물을 빼는 일에 항상 공들여야 한다. 명예에 물들어 있는지, 식탐에 물들어 있는지, 재물에 물들어 있는지 살펴서 그 물들어 있는 것을 세탁하고 가려진 마음을 벗겨내는 것이 청정일념을 만드는 선 공부이다. 그 마음을 가지고 일생을 살다가 그 마음으로 죽으면 열반에 드는 것이며, 살아있을 때도 텅 빈 그 마음을 늘 가지면 열반락을 누리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이동안 선진 열반 소식을 듣고 낙루(落淚)하자, 제자들이 크게 상심하시지 말라고 위로했다. 그러자 “마음까지 상하기야 하리오마는 내가 이 사람과 갈리면서 눈물을 아니 흘릴 수 없도다”라고 했다. 공자도 아끼던 제자 안연(安淵)이 죽자 크게 슬퍼하며 “내가 이 사람이 죽었는데 이렇게는 해야지.”라고 하셨다고 한다. 이와 같이 텅 빈 마음을 많이 단련하면 말은 ‘죽일 놈’이라고 해도 그것아 마음속까지 배지 않고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해도 그 애정이 속이 상할 정도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그 공부를 하지 못하면 기쁨에 취해서 죽을 지경이고 또 슬픔에 취해 죽을 지경이 된다. 특히 생사를 넘나들 때 청정일념이 되지 않으면 죽음이 두려울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니 못 견디게 슬플 것이다. 우리가 평생을 해야 할 일은 동정역순 간(動靜逆順間)에 물들지 않고 더렵혀지지 않도록 마음에 공을 들이는 일이다. 그 위에 신심을 내고 또 공심을 내고, 자비심과 자신이 종교를 사랑하는 마음도 내야 사람도 잘 다스릴 수 있다.

그 다음에는 감수화 공부를 잘해야 한다. 달 감(甘)자, 받을 수(受)자, 화할 화(和)자, 화합을 하려면 사람이 조금은 모자란 듯하고 달콤해야 사람이 따르는 법이다. 사람이 처음 공부할 때는 총명하기를 바라는데 총명해진 후에는 다시 어리숙하기가 참 어렵다. 너무 총명하고 너무 밝은 사람 옆에 가면 함께 있는 사람이 불편하다. 공부가 출가위(出家位), 여래위(如來位)가 되려면 적어도 어리숙하게 보여서 상대방이 나를 달콤하게 생각해야 화합이 되지, 그렇지 않으면 따르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생전 대산종사를 뵈면 어느 때는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무심도인 같을 때가 가끔 있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총명해지는 단계까지 올라가서 사리를 훤하게 알기도 어렵지만 그 빛을 감추기는 더욱 어렵다. 이것을 산으로 비유하면 정상에 오르는 것은 출가위이고 다시 내려와 시장 한 가운데 사는 사람은 여래이다.

흰 마음을 단련하기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걸 단련해야 선의 진체(眞體)가 드러나고 그렇게 해야 동정역순 간(動靜逆順間)에 물들고 막히지 않아서 자유를 얻는다. 또 사람들을 만나서 취사하고 불공을 할 때 또 달콤하고 어리숙하면서 주체를 잃지 않고 불공도 해야 할 것이다. 마음공부를 하면서 최고의 경지에 가려면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어리숙하고 또 때로는 엄한 면이 있도록 여러 가지로 마음을 단련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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