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기자의 육아일기] “혹시 울까 부랴부랴…아이 등·하원, 매일이 살얼음이죠”
<2> 등하원 전쟁
18개월 된 딸 등원은 엄마·하원 아빠 담당
유아들, 부모 기다리며 하원 때 많이 울어
출퇴근 시간대 맞물려 맞벌이 부부들 ‘애로’
광주시 ‘초등학부모 10시 출근제’ 전국 확대
2026년 01월 12일(월) 18:40
윤지는 오전 9시 30분까지 등원한 뒤 9시간 넘게 식사·놀이·낮잠·간식을 어린이집에서 해결한다. 엄마와 보내는 시간은 잠잘 때를 빼고 하루 세 시간에 불과하다. 애써 웃고 있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때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윤지가 하원할 때 우리 부부가 어김없이 선생님께 물어보는 공식 질문이 있다. “윤지가 오늘도 울었나요?”

어린이집 연장반 아이들에게 하원 시간대 울리는 현관 초인종 소리는 ‘눈물 버튼’과 같다. 엄마·아빠가 왔나 하고 현관 주위를 기웃거렸지만 자신이 아닌 친구가 먼저 하원하면 울음을 터뜨리곤 한다.

만 1세(2024년 7월생)인 윤지는 어린이집에서 유독 눈물이 많은 아이로 통한다. 그런 아이가 일주일 절반 이상은 꼴찌 하원을 하니 저녁 시간 울음바다가 되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우리 아이가 꼴찌만 아니길’ 바라면서 헐레벌떡 어린이집에 가도 막상 윤지 친구가 남아서 우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오후 8시가 다 돼서야 신문 제작이 끝나는 내 사정상 하원은 아빠가 도맡는다. 아빠는 부랴부랴 퇴근하고 숨도 고르지 못한 채 오후 6시 30분 도착을 목표로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나는 밤 9시께 귀가하면 잘 준비하는 윤지를 만나게 된다. 아빠가 딸 저녁밥 먹이고 씻기고 노는 것까지 다 해주기 때문에 ‘양심상’ 재우기는 내가 한다.

평일 윤지를 보는 시간을 계산해봤다. 오전 7시 즈음에 일어나서 9시 30분 이전 등원까지는 내 담당이다. 잠자기 전 30분 책 읽어주고 재우는 시간을 합하면 하루 24시간 중 세 시간 정도만 윤지와 함께 한다. 일요일에 출근하는 신문사 특성상 주 6일간 엄마랑 한나절도 함께하지 못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어린이집 없으면 어떻게 살까=18개월 된 윤지는 하루 중 엄마 아빠보다 어린이집 선생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어린이집 모바일 알림장에서 내가 발견하지 못한 윤지의 일상이나 변화를 알게 됐을 때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위기감이 생긴다.

윤지는 육아휴직 중이었던 생후 10개월에 어린이집에 발을 들였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한 뒤 복직하고 싶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기관에 손을 벌려야겠다고 결정했다.

어린이집 적응(오리엔테이션) 기간이었던 2주 동안 윤지는 눈물 콧물 다 빼며 내내 울었다. 엄마 욕심에 애를 힘들게 한다는 죄책감이 밀려 왔다. 하지만 등원 첫날 참관을 마치고 엄마에게 주어진 1시간 동안 맛봤던 자유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했다. 조용해진 방 안에서 멍하니 혼자 누웠을 때 ‘이 맛에 어린이집에 보내나’하고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이집 없이 아이를 혼자 힘으로 키운 선배 엄마들이 존경스럽다.

광주일보가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추출한 광주·전남 영유아 교육·보육 패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아동의 어린이집 이용 시작 평균 시기는 광주 13.9개월, 전남 12.83개월로 조사됐다.

16~23개월 조사 대상 가운데 어린이집에 다니는 비율은 광주 70.3%, 전남 66.9%로 나타났다. 시간제 보육을 이용하는 아동은 광주 0.8%, 전남 2.3%이었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는 시기는 12개월 이상 15개월 미만(광주 38.5%·전남 56.4%)이 가장 많았다.

돌 이전에 보내는 비율은 광주 14.8%, 전남 22.2%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비율은 21.9%이었다.

■18개월 윤지의 하루=오전 6~7시 기상·아침 식사→오전 9시 30분 이전 등원→오전 11시 30분 점심→정오~오후 1시 30분 낮잠→오후 2시 30분·5시 간식→오후 6시 30분~7시 하원
◇‘10시 출근제’ 좋긴 한데…영유아 등하원은요?=교육부 유아교육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유치원 원아들의 평균 등원 시각은 오전 9시 2분, 하원 시각은 오후 4시 17분으로 조사됐다.

오전 8시 30분 이전에 등원하는 원아는 19.3%에 달했고, 13.8%는 오후 5시 이후에 하원했다.

영유아 시기에 ‘기관’에 기대지 않고 주 양육자의 힘만으로 아이를 키워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성평등가족부 가족실태조사를 보면 광주 77.5%, 전남 84.5%의 영유아는 주중 낮에 기관에 다닌다. 기관을 이용하는 시간 외에 영유아를 주로 돌보는 사람은 광주 76.1%·전남 65.9%가 아이의 어머니였다. 아이의 아버지, 아이의 외조부모, 아이돌보미(정부지원서비스), 아이의 친조부모 등이 뒤를 이었다.

양육자에게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시간대는 단연 ‘하원 시간’ 무렵이다. 평일 영유아 자녀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시간대(중복 응답)를 물어보니 광주 53.7%는 오후 4~5시, 전남 70.9%는 오후 5~6시를 가장 많이 꼽았다. 퇴근 시간인 오후 6~7시라 답한 비율은 광주 48.8%·전남 67.9%로 뒤를 이었다.

<자료:광주시>
부모 또는 할머니·할아버지 등 가족이 등하원을 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른바 ‘등하원 시터’(등하원 돌보미)를 구한다. 정부 아이돌봄서비스(시간제 보육) 또는 민간 플랫폼에서 조건에 맞는 아이돌보미를 찾아 고용하는 것이다. 한 민간 앱에서 광주지역 ‘등하원 동행’과 ‘밥 챙겨주기’, ‘목욕·양치’ 등의 활동 조건을 달아 구인 검색을 해보니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2만원의 시급 공고가 줄지어 나왔다. 다자녀, 자차로 등하원 등의 추가 조건이 달리면 한 달 월급에 맞먹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광주시가 시민들의 등하교 교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초등학부모 10시 출근제’는 올해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다. 광주시 일가정양립지원본부가 지난 2022년 전국에서 처음 시작했다. 30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서 일하는 학부모 근로자를 대상으로 임금삭감 없이 두 달간 1시간씩 자녀돌봄을 위한 근로 단축을 지원한다. 사업 첫해 초등 1학년만 대상으로 시행했지만 2024년부터는 모든 학년으로 확대했다.

광주시는 지난해 254개 사업장에 500건의 단축 근로를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200건 많은 500건을 지원하면서 사업비는 78.6% 늘어난 4억원이 들었다. 1건당 월 지원액은 37만4000원에서 40만원으로 올랐다.

‘10시 출근제’를 이용한 500건의 사례를 보면 엄마 근로자가 57%(283명)를 차지했고, 1학년 학부모 근로자(26.2%·131명)가 가장 많이 이 제도를 사용했다. 이용 시간은 10시 출근이 60%(301명)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5시 퇴근(32%), 각 30분 출퇴근 단축(8%)이 뒤를 이었다. 사용 시기는 입학 초기인 3~4월(63.6%·318명)에 몰렸고, 30인 미만 사업장의 사용(72.6%)이 주를 이뤘다. 사업장 업종을 보면 제조업이 33.2%(166곳)로 가장 많았고 금융·교육·이미용·요식 등 서비스(30.2%), 도·소매업(13.6%), 토목·조경 등 건설업(13%) 등 순이었다.

10시 출근제는 정해진 사무실 출근 시간 없이 외부 취재를 유연하게 병행해야 하는 나에게는 ‘그림의 떡’ 같은 제도이다. 그럼에도 자녀 등하교에 쩔쩔매는 엄마·아빠의 고충을 헤아린 제도의 취지에 고마움을 느낀다. “일하면서 애 키우기 힘들지?”라는 지나가는 말에도 눈물이 글썽여지는 마음과 같달까.

살얼음을 밟는 육아 도중에도 ‘도장 깨기’를 하는 듯한 보람을 느낀다. 초보 엄마가 18개월까지 아이를 무사히 키워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뿌듯하다.

이달 초 일주일 이어진 어린이집 가정학습 기간(겨울방학)은 긴급보육 덕분에 휴가를 쓰지 않고 별 탈 없이 마쳤다. 방학 기간에도 당직을 서서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돌봐준 보육교사들에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68210800794335389
프린트 시간 : 2026년 01월 13일 01:4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