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대변혁] 데이터센터·에너지·미래형 산단 ‘AI 삼각축’ 완성
여수·광양산단 위기 ‘전화위복’
저탄소·고부가 산업 전초기지로
2026년 01월 01일(목) 19:00
장성 데이터센터 조감도.
#. 지난달 31일 찾은 해남군 산이면의 기업도시 ‘솔라시도’ 내 ‘데이터센터파크’(가칭) 부지는 중장비 소음으로 가득했다. 이 곳에서는 흙을 퍼와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솔라시도 데이터센터파크 내에 처음으로 조성되는 시설을 위한 기초 공사로, 이 곳에는 내년 6월부터 국가 AI 컴퓨팅 센터가 본격화된다고 솔라시도 관계자는 귀뜸했다. 데이터센터파크는 40만 평이라는 드넓은 부지와 용수원인 영암호에 둘러쌓여있는, 데이터센터 입지로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 같은날 찾은 신안군 안좌면 초입에 들어서자 길이 5m쯤은 되어 보이는 ‘이익공유제 기념비’가 눈에 들어왔다. 안좌면의 안좌도와 자라도 주민 3109명은 태양광 발전사업자와 전력 수입을 공유하는 ‘햇빛연금’ 수급자들로 마을 곳곳에는 이익공유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마을 주민 김영진(48)씨는 “햇빛연금으로 젊은 층의 유입이 늘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과거 고령화로 청년회 구성조차 힘이 들었지만, 최근엔 청년회 회원만 9명, 의용소방대는 인원이 가득 차 대기자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6인 가구에는 연간 2000만원의 재생에너지 이익공유 소득이 발생한다”며 “햇빛연금으로 인구소멸의 최전선에 있던 마을이, 주민이 늘어나는 마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안좌면은 잇딴 전입신고에 조합원 자격을 지난해 3분기 전입자까지로만 제한하기로 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안좌면 태양광 시설은 특히 오염된 간척지를 활용한 것으로, 버려진 땅이 주민들의 기본소득을 책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안 안좌면 태양광 발전단지.
주력산업 체질 개선…‘버티는 산업에서 바뀌는 산업으로’

대한민국 국토 서남단, 전남도의 새 아침이 밝았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첫 해는 여느 때보다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다도해의 물결 위로 솟아올랐다. 지난 수십 년간 ‘국토의 변방’, ‘산업화의 소외지’, ‘청년이 떠나는 땅’으로 불렸던 전남은 2026년, AI와 신재생에너지, 기반사업의 고부가가치화 등으로 대한민국 신산업의 ‘심장’으로 거듭난다.

국가 AI 컴퓨팅 센터는 6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오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사업비 2조5000억원 가량이 투입되는 국가 AI 컴퓨팅 센터는 정부와 민간의 대규모 투자로 글로벌 투자를 유인하고 ‘에너지 미래도시’와 ‘AI 중심도시 전남’을 실현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가 AI 컴퓨팅센터 조성으로 국내외 IT, AI 기업들의 잇딴 진입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솔라시도 관계자는 “이제 전남은 솔라시도를 비롯, 지산지소의 대표 모델이자, RE100 실현을 위한 기업들의 신산업 모델 구축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남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인구 소멸 지수는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철강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탄소 규제의 파고 속에 신음했다. 그러나 2026년, 전남은 더 이상 ‘낙후’라는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여수·광양의 굴뚝은 저탄소·고부가 산업의 전초기지로 탈바꿈하며, 고흥의 하늘은 우주로 가는 길이 되었고, 해남의 너른 땅은 AI의 두뇌가 뛰는 데이터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남은 이제 변방의 시대를 끝내고, 청년이 돌아오고 기업이 찾아오는 대한민국 산업 대전환의 현장으로 우뚝 선다.

전남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여수국가산단과 광양만권 철강단지는 이제 ‘전통 제조업’이라는 낡은 틀을 깨고 ‘미래형 산단’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과거의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대전환 메가 프로젝트’가 본격화 됐기 때문이다.

여수국가산업단지는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 집적지다. 하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며 중국의 대규모 증설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해 수출과 생산이 급감하는 직격탄을 맞았다. 2023년 한 해에만 수출액이 8조 4천억 원 감소했다는 통계는 산업의 위기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남도는 이를 방관하지 않았다. 2025년 1월, ‘전담 추진단’을 신설하고 긴급 예비비를 투입해 현장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여수시가 ‘산업위기 및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어 국비 5100억원을 포함한 총 7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끌어낸 점이다. 이를 통해 확보된 보통교부세 1000억 원은 산단 고도화의 마중물이 됐다.

2026년 여수산단의 핵심 키워드는 ‘고부가·저탄소’다. 단순한 감산이 아니라,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기반으로 반도체·이차전지용 첨단 화학 소재를 생산하는 ‘스페셜티’ 구조로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개편했다. 여기에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클러스터 구축과 바이오 원료 전환이 더해지며, 여수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친환경 화학산업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광양만권 철강산업 역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EU(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강화되는 글로벌 탄소 규제는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위협했다. 전남도는 광양 철강산업의 해법을 ‘탈탄소 공정 전환’과 ‘AX(인공지능 전환)’에서 찾았다.

총 4조 6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전환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광양은 수소환원제철 도입을 서두르고,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를 확산시켜 생산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은 ‘석유화학 및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은 이러한 전환에 법적·재정적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제 광양의 철강은 단순한 철판이 아니라, 저탄소·고급 강종으로 무장한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소재로 세계 시장을 누비게 된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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