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색 이미지를 통해 인물 내면과 삶 그렸어요”
첫 소설집 ‘빛과 결’ 펴낸 송은유 작가
결핍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
2026년 01월 01일(목) 17:42
첫 소설집 ‘빛과 결’ 펴낸 송은유 소설가
“어느 날 문득, 차오르는 것이 있어요. 오래전 밀려났다고 여겼던 기억의 몇 조각들 혹은 한 계절을 건너온 마음의 여린 결들이죠. 그것들은 의식의 수면 아래에서 오래 흔들리며 남아 있거든요. 짙은 물결 속에서 숨을 고르고 밀려오는 파도를 묵묵히 받아냈습니다.”

소설가란 그런 존재다. 잊었다고 생각한 어떤 것들이 부지불식간에 떠오를 때, 그것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작은 단서, 흔히 말하는 모티브는 예에서 발아한다.

지난 2018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먹을 잇다’로 등단한 송은유 작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바쁜 중에도 창작의 끈을 붙잡고 있다. 작품을 쓰지 않는 동안에도 머릿속에서는 분명 인물을 만들고, 플롯을 짜며, 이야기를 만들가는 과정이 되풀이 됐을 것이다. 소설가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송 작가가 최근 첫 소설집 ‘빛과 결’(문학들)을 펴냈다.

그는 전남대에서 근무하며 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터라 평소에는 눈코 틀 새 없이 바쁘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겪는 일상의 경험들이 글쓰기에 참고가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창작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터였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송 작가는 “직장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시간과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마음처럼 쓰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다”며 “그런 때에는 무작정 서사를 전개하기보다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심리에 집중해 이야기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첫 창작집 발간 소회를 밝혔다.

이번 작품집은 등단 이후 문예지에 발표해 온 작품들과 등단작을 묶은 것이다. “부담과 두려움도 있지만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제 글을 다시 바라보고 배우는 계기로 삼고 싶다”는 말이 돌아왔다.

모두 7편의 소설들은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특히 이별 이후 남은 자들이 현재를 견디며 삶을 이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작품 속 인물들은 각자 방식으로 죽은 이를 기억하고 고통을 받아들이며 애도를 수행한다.

“제게 애도란 슬픔을 끝내거나 극복하는 과정이 아니라, 상실의 감각을 지닌 채 일상을 견뎌 나가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소설에서는 빛과 색의 이미지를 통해 인물들의 내면과 삶의 여러 층위를 감각적으로 풀어내고자 했지요.”

‘은하’, ‘빛의 무게’, ‘먹을 잇다’, ‘다완’ 등의 작품이 그러한 소설이다. 인물들은 자신만의 삶의 ‘결’을 지닌 채 막막하고 고통스러운 일상을 견뎌낸다.

“어떤 결은 단단하고 어떤 결은 쉽게 일어나는 게 삶의 일반적인 모습”이라며 “그 위로 시간과 빛이 스쳐 서로 다른 무늬를 남긴다”며 송 작가는 말했다.

그러면서 “빛은 늘 밝기만 한 것이 아니어서 때로는 가장 어두운 자리에서 더 또렷해지기도 한다”며 “작품 속 인물들은 각자의 무늬를 지닌 채 무정한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송 작가가 처음 소설에 입문하게 된 것은 막연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그에 따르면 작품 속 인물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서사가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다가왔다.

대학에서 근무하다 보니 평소 그는 젊은 청춘들을 많이 보게 된다. 소설을 쓰는 데 나름의 영감을 얻거나 새로운 각오를 다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미래를 꿈꾸며 스펙을 쌓고 지식을 확장해 가는 그들의 모습은 늘 든든하다”면서도 “이면에는 저마다 감당하는 고민과 고충의 무게도 있을 것 같아 섣불리 짐작하거나 단정할 수는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안다고 해서 다 아는 것은 아니고, 보인다고 해서 다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자연스레 드는 의문은 있다.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는 이 시대에 이들이 과연 더 행복해지고 있는지, 자신의 미래를 더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고 송 작가는 전했다.

첫 소설집을 계기로 앞으로 창작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그에게 소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간단치 않은 그러면서도 고전적인 의미의 답이 돌아왔다.

“오래도록 씻기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감정의 결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흩어진 기억 속에서 아직 해소되지 못한 조각들을 소환해 어떤 무늬를 이루는지를 탐구하고 기록하는 일이지요. 의식 깊은 곳에서 사라지지 않는 감정들이 어느 순간 모습을 드러낼 때, 저는 빛과 결을 가능한 한 진실에 가까운 목소리로 드러내고 싶습니다.”

향후에는 시간의 제약으로 미뤄뒀던 소설들을 쓸 예정이다. 장편 소설을 통해 사회 구조적 폭력과 소외 문제 등에 대해 다층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볼 참이다.

문순태 소설가는 “송은유 작가의 문장은 간결하지만 밀도가 높고 내면의 미세한 결을 섬세하게 비춘다”며 “소설을 읽고 나면 인물들의 시선이 오래 남는다.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삶은 여전히 반짝인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전한다”고 평했다.

이기호 소설가는 “이 소설집은 하나의 색채학이라 불러도 무방하다”며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미세한 명암의 결을 더듬어 구분하는 색채학”이라고 평했다.

한편 고흥 출신의 송 작가는 광주대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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