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 권리를 존중하는 아동친화도시 - 박태순 광주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2025년 12월 30일(화) 00:00
아동 최상의 이익이란 아동과 관련된 모든 결정과 행위에서 아동에게 가장 이로운 선택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원리다. 이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조에 명시된 아동권리의 핵심 원칙이다.

성인의 관점에서 단순히 아동에게 좋아 보이는 것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 당사자의 권리와 안전, 존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가정법원의 가사소송 관련 법 등 아동과 관련된 모든 법에서도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원칙이기도 하다. 최근 이혼 가정이 증가하면서 친권·양육권 분쟁 과정에서도 부모의 권리나 주장보다 아동의 삶의 질을 우선하고 아동 당사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추세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바탕으로 광주시는 2013년 어린이·청소년 친화도시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나섰다. 2015년에는 어린이·청소년 친화도시 조성 조례를 제정하고 같은 해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추진 지방정부협의회에 가입했다. 2016년에는 제1차 아동·청소년 친화도시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2019년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최초 인증을 받았다.

이후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광주시는 2025년 광역시 최초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상위 인증을 획득했다.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동구·서구·남구·북구·광산구 등 모든 기초자치단체가 아동친화도시로 선정된 사례 역시 광주가 유일하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권고사항 가운데 지속적인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은 아동의 실질적 참여 보장과 놀 권리 강화다. 아이들은 보호의 대상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에 참여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아동의 참여 수준을 살펴보는 것은 아동이 얼마나 존중받고 있으며 그들의 실제 의사가 정책과 결정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아울러 그 참여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는지 아니면 실질적인 참여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아동 참여는 특정 시기나 한정된 영역에 국한돼서는 안 되며 일상적인 삶의 과정 속에서 아동의 목소리와 의견이 자연스럽게 반영되고 존중받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동친화도시 조성 사업은 아동의 직접적인 참여나 의견 표명 과정이 생략된 채 성인 중심으로 결정·추진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교육 환경 등 생존권과 보호·발달권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아동의 참여권은 여전히 충분히 존중받지 못한 채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아동 관련 정책이 아직도 자선적이거나 필요 중심적인 접근에 머물러 있으며 아동을 성인과 동등한 인권을 지닌 주체가 아닌 ‘가르치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에서 비롯된 한계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거듭 강조하듯 아동이 직접 의견을 제시하고 자기결정권을 존중받으며 일상 속 참여를 통해 시민의 인식과 법·제도, 정책 입안자의 의사결정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아동의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광주시의 아동 관련 예산을 분석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전체 아동 관련 예산을 아동친화도시 6대 영역별로 구분해 보면 2023년 기준 총 6875억 1500만원 가운데 놀이와 문화 영역은 1.03%(70억 5700만원), 참여와 존중 영역은 0.14%(9억 5400만원)에 그쳤다. 반면 안전과 보호 영역은 3.24%(223억 1900만원), 보건과 복지 영역은 20.31%(1396억 1100만원), 교육환경 영역은 70.9%(4872억 65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참여와 존중 영역에 배정된 예산과 사업 규모가 1% 미만으로 극히 제한적인 현실은 아동의 권리가 정책에서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아동의 주체적 참여 기반을 확대하고 아동의 의사표명과 자기결정이 존중되는 아동친화도시 조성 사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향후 수립될 제3차 아동친화도시 기본계획(2026~2030년)에서는 다양한 배경과 특성을 지닌 아동들이 차별 없이 정책 참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참여 경로를 다각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아동의 디지털 친화적 환경을 고려해 오프라인 중심의 참여 방식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참여 기회 역시 병행 제공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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