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도서관 붕괴’ 핵심자료 공개 ‘시간끌기’
광주시, 감리보고서·안전관리계획서 등 한달 뒤 공개키로
“적극행정 한다더니 소극행정”
2025년 12월 28일(일) 20:10
13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 붕괴 사고 현장이 엿가락처럼 휜 철골 구조물과 무너진 콘크리트, 철근 등으로 사고 당시 처참함을 보여주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시(종합건설본부)가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 붕괴사고의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핵심 자료들을 ‘한 달 뒤’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언론과 시민단체 등의 자료 공개 요청에도 “제3자(시공사, 감리사)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며 차일피일 미루더니, 이제는 “제3자로부터 비공개 요청이 접수됐다”며 공개 시점을 늦추겠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또 “‘수사 중인 사항’은 비공개 대상”이라고 밝혀 왔는데, 최근 광주시 법무담당관실로부터 “단순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사실은 비공개 사유로 볼 수 없다”는 법리해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시가 앞에서는 ‘적극행정’을 공언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책임을 져야 할 일에는 ‘소극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시는 오는 1월 26일 붕괴사고와 관련한 감리보고서와 안전관리계획서 등 핵심 자료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28일 밝혔다.

광주시는 해당 자료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로서 법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대상이라며 공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안은 감리·시공사 등 제3자가 ‘수사 중인 사항’을 이유로 비공개를 요청한 만큼 공개 시점을 한 달 뒤로 늦추겠다고 부연했다. 정보공개법(제21조)은 ‘제3자의 비공개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개 결정을 할 때에는 공개 결정일과 공개 실시일 사이 최소한 30일 간격을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광주시가 감리·시공사를 방패막이 삼아 고의로 정보공개를 늦추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애초 정보공개 대상에 대해 제3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강행 규정’이 아닌 ‘임의 규정’으로 필수적인 절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광주시는 사고 발생 및 정보공개 청구를 받은 지 나흘이 지난 15일에야 제3자에게 정보공개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통지했고, 18일 의견서를 받았다.

광주시는 제3자가 제출한 정보공개 비공개 요청 사유가 애초 부적절하다는 법적 해석을 받고도, 해당 비공개 요청을 빌미로 즉각 공개가 아닌 지연 공개를 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시 법무담당관실은 내부 법률 자문 과정에서 “정보 공개 시 수사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사정도 확인되지 않고, 제3자의 의견청취 내용에서도 수사와 관련해 비공개 사유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뒷받침되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법원에서도 제3자의 비공개 요구만으로 감리보고서 등을 비공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인정한 판결이 많다. 대법원은 지난 2008년 9월 25일 선고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사건에서 “제3자의 의견 청취는 공공기관이 제3자와의 관계에서 거쳐야 할 절차를 규정한 것에 불과할 뿐, 제3자의 비공개요청이 있다는 사유만으로 정보공개법상 정보의 비공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자료 공개의 본질은 시민 안전을 위해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검토하고 공동체의 힘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자료 공개를 늦추겠다는 광주시의 태도는 그만큼 사회의 관심이 떨어지고 추후 언론에서 보도되더라도 부정적인 영향이 적을 때 공개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진다”고 비판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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