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에 너른 품 내준 강진 바다에 반했죠”
2025 전라남도 우수 귀어인 <2>강진 숙마어촌계 이정훈씨
낚시 좋아 퇴근길마다 바다 찾던 직장인, 귀어로 인생 전환
개방적 어촌계 도움 속 통발어업 안착… 귀어 1년만에 정착
2025년 12월 23일(화) 19:20
낚시가 좋아 바다에서의 삶을 꿈꿨던 이정훈(44)씨는 평범한 직장인에서 귀어귀촌의 성공 모델이 됐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평범한 직장 생활을 했던 그는 1년 전 전남 강진군 숙마어촌계에 닻을 내렸다. 연고 하나 없는 타지에서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일궈내고 있다.

이 씨는 최근 전라남도, 전남귀어귀촌센터가 공동 주관한 ‘2025 우수 귀어인’에 선정됐다.

평소 퇴근하면 30분을 달려 바다를 찾아갈만큼 ‘낚시 광’이었던 그는 전문 낚시인이 되고자 귀어를 결심했다. 가장 먼저 고향과 가까운 경남 사천과 삼천포 일대를 알아봤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어촌계 가입비로 수천만 원을 요구하거나 배를 정박할 공간이 없다며 면박을 주기 일쑤였다. 귀어의 높은 진입장벽에 부딪힌 그는 우연히 강진 귀어학교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숙마어촌계와 인연을 맺었다.

4주간의 현장 실습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실습 종료 후에도 더 배우고 싶다는 간절함에 김효손 숙마어촌계장을 찾아갔다. 김 계장은 이씨의 열정을 보고 흔쾌히 받아들였고 이 씨는 한 달 넘게 계장의 배를 타며 조업 기술을 익혔다. 1년 가까이 현지에서 살며 여름과 겨울의 바다를 모두 경험한 끝에 그는 통발어업에 확신을 가졌다.

“귀어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배가 출고가 되자마자 인수하러 갔는데 하필 호우주의보가 내려 앞은 잘 보이지 않고 파도가 거세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죠. 기름은 떨어져가고 마을로 향하는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어 결국 해경에 구조 요청을 보냈습니다. 김효손 어촌계장님이 직접 배를 몰고 나와 데리고 입항하셨죠. 그날 기억이 가장 강력하게 남아있습니다.”

숙마마을의 개방적인 분위기는 이 씨가 정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60~70대가 주축인 다른 어촌과 달리 숙마마을은 30~40대 젊은 어민들이 많아 활력이 넘쳤다. 마을 주민들은 외지인인 그에게 지원 사업을 통해 선박 주차 공간을 새로 마련해줬고 가입비 등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 씨 역시 마을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궂은일을 도맡으며 신뢰를 쌓았다.

이씨의 조업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오전 11시에 출근해 오후 3시께 귀항한다. 직장 생활 당시 8시간 넘게 일하며 벌었던 수익을 지금은 하루 4시간 조업으로 달성하고 있다. 귀어 1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위판 실적은 벌써 6000만 원에서 7000만 원에 달하며 택배 판매 등 개인 거래까지 합치면 수입은 더 늘어난다.

성공적인 정착 덕분에 그는 귀어 1년 만에 마을에 땅을 구매했다. 마을 선배가 7년 만에 이룬 성과를 1년 만에 앞당긴 것이다. 이 씨는 귀어 성공 모델로 꼽히지만 무조건적인 귀어 추천은 경계한다.

이씨는 “함께 귀어학교를 졸업한 동기 20명 중 현재 실제 어업을 이어가는 사람은 단 두명 뿐”이라며 “나머지는 집과 배를 구하지 못하거나 텃세를 이기지 못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층이 귀어를 결심한다면 철저한 준비와 자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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