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인 인권보호 대책…노동계 “변화 체감 어려워”
2025 결산 뉴스 플러스 <3> 지게차 인권유린 사건 그 후 외국인노동자 근로 환경은
피해 근로자는 다른 업체로 옮겨
지자체 기본적 실태조사조차 안해
고용허가제 등 근본적 개선 없어
유사한 인권 침해 반복 지적
전남도, 임시보호소 2곳 설치 추진
광주시, 전문 상담체계 운영키로
피해 근로자는 다른 업체로 옮겨
지자체 기본적 실태조사조차 안해
고용허가제 등 근본적 개선 없어
유사한 인권 침해 반복 지적
전남도, 임시보호소 2곳 설치 추진
광주시, 전문 상담체계 운영키로
![]() 지난 7월 나주시 반남면 한 벽돌 공장에서 스리랑카 외국인 노동자를 비닐로 묶어 지게차로 들어올리는 등 괴롭히는 모습이 공개된 영상.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
‘벽돌공장 외국인노동자 인권유린 사건’<광주일보 7월 24일 7면> 이후 5개월여가 지났지만, 지역 외국인노동자의 노동 환경에 대한 실태 조사는 첫 발조차 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발생 직후 지자체와 노동당국은 앞다퉈 인권 보호 대책을 추진키로 했지만, 현장에서는 “달라진 점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는 고용허가제 등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유사한 인권 침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7월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노동자 A(31)씨가 벽돌공장에서 일하던 중 비닐과 테이프로 벽돌에 묶여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노동자들은 이같은 괴롭힘을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A씨를 조롱하는 모습도 비춰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재명 대통령도 정부 차원의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경찰은 사건 이후 A씨에게 가혹행위를 한 한국인 지게차 기사와 이를 방조한 외국인노동자 2명을 특수폭행 등 혐의로 입건 조사하고 검찰에 넘겼다. A씨가 일하던 업체는 근로감독 결과 임금·퇴직금을 체불한 사실도 적발돼 최대 3년간 외국인 노동자를 신규로 채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 조치를 받았다. A씨는 해당 업체를 떠나 광주시 광산구의 한 사업장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5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전남도, 나주시 등 지자체는 기본적인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주시는 영상이 공개된 직후 부시장 주재 회의를 열고 ‘외국인 노동자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한 달도 못 가 “통역 인력을 못 구하겠다”는 등 이유로 조사를 포기했다.
전남도 역시 외국인 노동자 500명을 대상으로 “즉각적인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공표했지만, 조사 시기를 내년 2~3월께로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는 지난 10월 말에야 설문조사 예산 5400만원을 마련하고, 설문조사 연구용역 심의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설문조사 수행 업체를 공모하는 과정까지 거치려면 최소한 내년 2월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전남도 설명이다.
외국인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전남도는 내년 중으로 민간단체 공모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임시보호시설을 동·서부권에 각각 1곳씩 설치하기로 했다.
기관과 소규모 사업장 대상 현장 방문 교육을 확대하고 외국인통합지원 콜센터 통·번역 활동가를 양성해 연간 1만1000건 수준인 상담 이용을 2배가량 늘리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외국인 안심병원 75곳에 대한 예산 확보를 통해 내년부터 의료비 자부담 금액의 50%를 지원하며 국적별 문화·체육 활동 지원도 추진하는 건 그나마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광주시는 법률·노무·산재 분야 유관기관과 협력해 전문 상담 체계를 운영하고, 광주고용노동청 역시 공인노무사와 근로감독관이 참여하는 ‘신고·상담의 날’을 매주 마련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노동계에서는 여기에 이주노동자의 이직 횟수를 제한하는 현행 고용허가제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대응이 어려운 탓에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손상용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일터를 옮기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개별 사건에 대한 대응에 앞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사후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부족한 용역 예산을 끌어모으고 행정 절차를 밟느라 실태 조사가 늦어지는 등 미비한 부분이 있었다”며 “노동 인권 교육 참여 인원을 늘리고, 상담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등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사건 발생 직후 지자체와 노동당국은 앞다퉈 인권 보호 대책을 추진키로 했지만, 현장에서는 “달라진 점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는 고용허가제 등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유사한 인권 침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이후 A씨에게 가혹행위를 한 한국인 지게차 기사와 이를 방조한 외국인노동자 2명을 특수폭행 등 혐의로 입건 조사하고 검찰에 넘겼다. A씨가 일하던 업체는 근로감독 결과 임금·퇴직금을 체불한 사실도 적발돼 최대 3년간 외국인 노동자를 신규로 채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 조치를 받았다. A씨는 해당 업체를 떠나 광주시 광산구의 한 사업장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주시는 영상이 공개된 직후 부시장 주재 회의를 열고 ‘외국인 노동자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한 달도 못 가 “통역 인력을 못 구하겠다”는 등 이유로 조사를 포기했다.
전남도 역시 외국인 노동자 500명을 대상으로 “즉각적인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공표했지만, 조사 시기를 내년 2~3월께로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는 지난 10월 말에야 설문조사 예산 5400만원을 마련하고, 설문조사 연구용역 심의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설문조사 수행 업체를 공모하는 과정까지 거치려면 최소한 내년 2월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전남도 설명이다.
외국인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전남도는 내년 중으로 민간단체 공모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임시보호시설을 동·서부권에 각각 1곳씩 설치하기로 했다.
기관과 소규모 사업장 대상 현장 방문 교육을 확대하고 외국인통합지원 콜센터 통·번역 활동가를 양성해 연간 1만1000건 수준인 상담 이용을 2배가량 늘리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외국인 안심병원 75곳에 대한 예산 확보를 통해 내년부터 의료비 자부담 금액의 50%를 지원하며 국적별 문화·체육 활동 지원도 추진하는 건 그나마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광주시는 법률·노무·산재 분야 유관기관과 협력해 전문 상담 체계를 운영하고, 광주고용노동청 역시 공인노무사와 근로감독관이 참여하는 ‘신고·상담의 날’을 매주 마련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노동계에서는 여기에 이주노동자의 이직 횟수를 제한하는 현행 고용허가제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대응이 어려운 탓에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손상용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일터를 옮기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개별 사건에 대한 대응에 앞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사후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부족한 용역 예산을 끌어모으고 행정 절차를 밟느라 실태 조사가 늦어지는 등 미비한 부분이 있었다”며 “노동 인권 교육 참여 인원을 늘리고, 상담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등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