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 예술영화가 건네는 인사
광주극장, ‘누벨바그’, ‘슈퍼 해피 포에버’, ‘하나 그리고 둘’ 등 개봉
2025년 12월 23일(화) 15:15
리처드 링클레이터 ‘누벨바그’ 스틸컷.
복잡다난했던 한 해의 끝자락, 스크린 앞에서 예술영화와 함께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남겨진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광주극장은 ‘느린 질문’을 건네는 예술영화들로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관객을 기다린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누벨바그’(31일 개봉)다. 영화는 1959년 파리로 시간을 되돌려 젊은 비평가였던 장 뤽 고다르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4:3 흑백 셀룰로이드 화면으로 재현된 당시의 공기와 에너지는 누벨바그가 지녔던 자유와 반항, 영화 만들기의 순수한 열망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규칙을 깨는 방식으로 탄생한 한 편의 영화가 어떻게 세계 영화사의 흐름을 바꿨는지, ‘영화에 대한 영화’라는 링클레이터 특유의 시네마 매직이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에드워드 양 ‘하나 그리고 둘’ 스틸컷.
짐 자무쉬 감독의 신작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31일 개봉) 역시 시네필들의 기대를 모은다. 3부작 형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미국 북동부와 아일랜드 더블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거리만큼이나 멀어져 있던 세 가족의 재회를 그린다. 케이트 블란쳇, 아담 드라이버, 빅키 크리엡스 등 배우들의 조합은 영화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작품성을 입증한 바 있다.

사랑과 시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길어 올린 작품으로는 ‘슈퍼 해피 포에버’(24일 개봉)가 있다. 사노가 5년 전 아내 나기와 사랑에 빠졌던 휴양지를 다시 찾으며 시작되는 이 영화는 한때 영원하길 바랐던 순간들이 어떻게 기억으로 남는지를 감성적으로 그린다. 이가라시 고헤이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 미야케 쇼를 잇는 일본 영화의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베니스데이즈 개막작 선정 등 해외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짐 자무쉬 감독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스틸컷.
극장에서 다시 만나는 고전도 빼놓을 수 없다. ‘하나 그리고 둘’(25일 프리미어 상영)은 도시 속 가족의 일상을 통해 삶의 진실과 그 이면을 집요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세계관이 집대성된 이 영화는 2000년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 이후에도 꾸준히 재평가돼 왔으며, 올해 칸영화제 클래식 부문 공식 초청으로 그 가치를 다시 증명했다. 최근 씨네21 선정 해외영화 베스트 1위에 오르며 ‘시간이 흘러도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미야케 쇼 감독 ‘여행과 나날’ 스틸컷.
이 밖에도 네 소녀의 삶을 시대를 넘어 연결하는 독일 영화 ‘사운드 오브 폴링’, 배우 심은경의 섬세한 연기로 제78회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 은유와 상징으로 시인의 생을 담아낸 ‘석류의 빛깔’, 일본 실사 영화 흥행 기록을 새로 쓴 이상일 감독의 ‘국보’,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까지 각기 다른 결의 작품들이 연말 극장가를 지키고 있다.

성인 1만원, 디트릭스 예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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