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지속가능한 미래를 묻다
광주문화재단, ESG포럼 개최
상생 주제로 후원문화 방향 등 논의
내부 연대·공동체 협력 방안 등 제시
2025년 12월 22일(월) 20:50
왼쪽부터 김민지 광주문화재단 ESG경영위원, 해민영 MYSC CAO,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
문화예술은 종종 사회와 단절된 독자적인 영역으로 인식되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도시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언어가 되기도 한다. 갈등과 소통 단절이 깊어진 지금 문화예술은 사회를 다시 연결하는 부드럽고 유용한 매개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위기와 고령화, 지역소멸의 위협 앞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또 기업·공공·지역공동체가 어떻게 손을 맞잡을 수 있을지 답을 찾는 자리가 열렸다.

광주문화재단은 최근 빛고을아트스페이스 소공연장에서 ‘문화예술의 내일을 고민하는 ESG 포럼’을 개최했다. ‘상생’을 큰 주제로 ‘후원문화와 예술경험’을 키워드로 내세운 이번 포럼은 문화예술 분야의 지속가능한 협력 구조를 만들고, 변화하는 후원문화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제세션은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협력’이 왜 필요하며 어떤 조건에서 지속가능해질 수 있는지를 단계적으로 짚는 흐름으로 진행됐다.

첫 발제에 나선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는 ‘협력의 필요와 조건’을 주제로 파트너십이 단순한 후원이나 일회성 연계로는 작동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의 조직이 혼자서 이룰 수 없는 것을 위해 서로 다른 주체가 목표를 공유하고 상호 의존성을 인정하는 전략적 관계가 바로 파트너십”이라며 “목적의 명료함과 가치의 정합성, 지속적인 학습과 헌신이 협력의 핵심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방 대표는 특히 문화예술 분야의 협력이 ‘선의’에 기대는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하되, 실제적인 가치 창출과 성과 공유가 전제되지 않으면 협력은 쉽게 소진된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과 ESG를 연결하는 논의 역시 ‘좋은 일’의 차원을 넘어 조직과 지역 모두에게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이어 김민지 광주문화재단 ESG경영위원은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을 위한 민관협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 위원은 문화예술이 가진 고유한 힘으로 ‘회복력과 연결성’을 꼽으며 문화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지역 불균형, 세대 갈등, 고독과 정신건강 문제 등 오늘날 사회가 직면한 과제는 문화예술 정책의 효과가 높은 영역이라는 분석이다.

지역 차원의 협력 사례도 소개됐다. SK E&S와 언더독스, 사회연대은행이 함께한 ‘Local:Rise 군산’ 프로젝트는 청년 창업과 문화기획, 공간 재생을 결합해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 사례로 꼽혔다. 군산의 유휴 공간을 기반으로 창업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문화·관광 콘텐츠와 연계한 점이 특징이다.

제주에서는 아라리오뮤지엄이 폐극장과 숙박시설 등을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키며 원도심 재생을 이끌고 있다. 지역 예술가와 협업하고, 제주 해녀의 삶을 전시 콘텐츠로 담아내며 ‘지속가능성’을 공간과 이야기로 구현했다.

그는 최근 국가 재정 기조 변화 속에서 문화예술계가 재정 축소와 고용 불안이라는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정부 총지출 증가율에 비해 문화·체육·관광 분야 지출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장기적으로 문화정책의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 위원은 “이럴수록 문화예술계 내부의 연대와 함께 민관이 역할을 나누는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며 “ESG는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발제는 해민영 MYSC CAO가 맡아 ‘로컬에서 가능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소개했다. 해 CAO는 사회혁신 컨설팅과 임팩트 투자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예술이 사회 문제와 만나는 구체적 사례들을 제시했다.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운영하는 ‘트래쉬버스터즈’는 각종 페스티벌과의 협업을 통해 활동 영역을 넓혔고, ‘트레드앤그루브’는 폐타이어를 신발 밑창에 활용해 ‘환경 보호’와 ‘하나뿐인 패션’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 같은 문화 프로젝트들은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지역의 일자리와 관계망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 CAO는 “로컬에서의 협력은 규모보다 맥락이 중요하다”며 “지역의 자원과 사람을 엮어내는 문화적 기획이 지속가능성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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