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세월 품은 보성 영광정씨 고택,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역사·문화적 가치 인정
2025년 12월 22일(월) 11:35
‘보성 봉강리 영광정씨 고택’ 전경.<국가유산청 제공>
보성군 회천면 봉강리에 자리한 ‘보성 봉강리 영광정씨 고택’은 조선시대 정손일(1609년~?)이 터를 잡은 이래 400여 년간 이어져 온 가옥이다. ‘거북정’이라 불린 이 고택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정해룡 선생이 민족주의 운동과 교육사업을 펼치던 거점이기도 했다. 한 가문의 생활 터전을 넘어 시대의 기억을 품고 있는 역사적 장소다.

국가유산청은 “‘보성 봉강리 영광정씨 고택’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지정은 고택이 지닌 장기간의 역사성과 더불어 풍수경관, 생활사, 근현대사의 흔적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점을 높이 평가한 결과다.

영광정씨 고택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의 항일운동과 근대 민족운동, 해방 이후의 격동기까지를 거치며 지역 사회의 기억을 품어왔다. 한 가문의 생활공간을 넘어 시대의 변화와 흔적이 켜켜이 스며든 역사적 현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보성 봉강리 영광정씨 고택’ 담장 거북정 와편 장식.<국가유산청 제공>
고택의 입지 또한 주목할 만하다. 집터는 풍수지리에서 ‘영구하해(靈龜下海·신령스런 거북이가 바다로 내려오는 형국)’로 불리는 형국 가운데 거북의 머리에 해당하는 길지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고택은 ‘거북정’이라는 별칭으로 불려 왔다.

안채와 사랑채, 사당 등 6동으로 이뤄진 공간 배치는 호남 지역 민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주변에는 서당과 제실, 접객 공간으로 활용된 삼의당(三宜堂)과 문중의 효열을 기리기 위해 1880년 세운 광주이씨효열문(廣州李氏孝烈門)이 함께 남아 있다.

삼의당 일원을 중심으로 한 원림 구성과 남해안 득량만을 조망하는 경관, 사랑채 안마당의 정원 등은 고택과 주변 환경이 어우러진 문화경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이번 지정에는 충남 아산의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와 갑주함도 포함됐다. 조선 말기 제작된 갑옷과 투구, 보관함이 온전하게 남아 있어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인정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앞으로 보성 봉강리 영광정씨 고택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는 한편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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