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기억·위로·연대…음악으로 부르는 179명의 이름
12·29 제주항공 참사 1주기 맞아 추모음악회…26~27일 광주예술의전당
시립국악관현악 ‘진혼, 기억’· 광주시향 ‘179명의 이름을 기억하며’ 무대
시립국악관현악 ‘진혼, 기억’· 광주시향 ‘179명의 이름을 기억하며’ 무대
![]()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지난 ‘진혼’ 연주회 모습. <광주예술의전당 제공> |
2024년 12월 29일, 즐거운 여행길에 올랐던 이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사랑하는 179명과의 작별은 너무도 갑작스러웠고, 마지막 인사조차 끝내 허락되지 않았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의 이름들은 여전히 가슴속에서 또렷하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맞아 국악과 클래식의 언어로 ‘기억’과 ‘위로’를 건네는 추모공연이 마련된다. 공연은 오는 26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리는 동시에 남겨진 유가족과 현장에서 수습과 의료 지원에 나섰던 이들, 여전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지역민에게 연대의 손을 내미는 자리다.
첫날인 26일 오후 7시에는 시립국악관현악단(상임지휘자 박승희)의 ‘진혼, 기억’이 무대에 오른다. 국악의 울림으로 망자의 넋을 달래고, 공동체가 함께 슬픔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사회는 배우이자 국악인 오정해가 맡았다.
공연은 시립창극단이 선보이는 ‘진도씻김굿’으로 시작된다. 진도에서 전승돼 온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망자 천도굿으로, 길을 닦고 한을 풀어 떠난 이가 이승의 매듭을 내려놓도록 돕는 의식적 음악이다. 한이 서린 춤과 음악은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한 이들의 마음을 대신해 작별을 건넨다.
이어 국민 소리꾼 장사익이 무대에 올라 ‘찔레꽃’, ‘꽃구경’, ‘아리랑’을 노래한다. 장사익의 절제된 목소리는 애도의 시간을 차분히 이어가며 관객이 각자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여백을 남길 예정이다.
이날 공연의 중심에는 이정호 작곡가의 국악 레퀴엠 ‘진혼’이 놓인다. 시립국악관현악단을 비롯해 시립합창단·창극단·소년소녀합창단과 목포·순천시립합창단 등 광주·전남 6개 예술단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합동 무대다.
‘진혼’은 진도씻김굿을 모티브로 한 국악 레퀴엠으로 국악관현악과 합창, 의식적 선율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라틴어 가톨릭 미사의 합창 가사와 진도씻김굿 길닦음에 쓰이는 ‘애소리’, ‘나무아미타불’ 등을 차용해 종교의 경계를 넘어선 위로를 전한다. 망자의 넋을 달래는 동시에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의미를 담았다.
이튿날인 27일 오후 5시에는 광주시향(예술감독 이병욱)이 ‘179명의 이름을 기억하며’를 주제로 무대를 이어간다. 공연은 ‘슬픔-기억-위로-연대’의 흐름으로 구성됐다.
첫 곡은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추모 음악으로 루스벨트 대통령과 아인슈타인의 장례식, 9·11 테러 추모식 등에 연주되며 널리 알려졌다. 현악의 선율은 애도의 정서를 차분히 이끌고, 클라이맥스를 지나 다시 가라앉는 흐름은 고통과 안식으로 이어지는 삶의 궤적을 떠올리게 한다.
이어 존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이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서의 협연으로 연주된다. 안단테 소스테누토의 느리고 평온한 템포 속에서 현의 선율은 높이 치솟기보다 조심스럽게 하늘을 스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연주는 남겨진 이들에게 ‘우리가 당신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현서는 만 15세의 나이에 제58회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3위를 수상하고, 청중상과 최연소 결선 진출자상을 함께 받은 떠오르는 신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작가 황석영이 직접 무대에 올라 고인을 위한 글을 낭독한다. 최근 5년 만의 신작 ‘할매’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문학계 거장이 음악과 함께 추모의 메시지를 전한다.
마지막 무대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3번 제6악장’. “사랑이 나를 살게 한다”는 문장으로 알려진 이 곡은 말러의 작품 세계에서도 가장 깊숙한 감정을 품은 악장으로 꼽힌다. 광주시향은 애도와 연대의 마음을 음악에 실어 공연을 마무리한다.
이병욱 지휘자는 “이번 연주회는 슬픔과 서로를 향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관객들이 같은 시간 속에서 고인을 떠올리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1년이 지났지만 기억은 여전히 곁에 있다. 이 음악회가 그 마음 가까이에 놓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석 무료, 광주예술의전당 누리집 예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맞아 국악과 클래식의 언어로 ‘기억’과 ‘위로’를 건네는 추모공연이 마련된다. 공연은 오는 26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다.
첫날인 26일 오후 7시에는 시립국악관현악단(상임지휘자 박승희)의 ‘진혼, 기억’이 무대에 오른다. 국악의 울림으로 망자의 넋을 달래고, 공동체가 함께 슬픔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사회는 배우이자 국악인 오정해가 맡았다.
![]() 소리꾼 장사익 |
이날 공연의 중심에는 이정호 작곡가의 국악 레퀴엠 ‘진혼’이 놓인다. 시립국악관현악단을 비롯해 시립합창단·창극단·소년소녀합창단과 목포·순천시립합창단 등 광주·전남 6개 예술단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합동 무대다.
‘진혼’은 진도씻김굿을 모티브로 한 국악 레퀴엠으로 국악관현악과 합창, 의식적 선율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라틴어 가톨릭 미사의 합창 가사와 진도씻김굿 길닦음에 쓰이는 ‘애소리’, ‘나무아미타불’ 등을 차용해 종교의 경계를 넘어선 위로를 전한다. 망자의 넋을 달래는 동시에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의미를 담았다.
이튿날인 27일 오후 5시에는 광주시향(예술감독 이병욱)이 ‘179명의 이름을 기억하며’를 주제로 무대를 이어간다. 공연은 ‘슬픔-기억-위로-연대’의 흐름으로 구성됐다.
첫 곡은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추모 음악으로 루스벨트 대통령과 아인슈타인의 장례식, 9·11 테러 추모식 등에 연주되며 널리 알려졌다. 현악의 선율은 애도의 정서를 차분히 이끌고, 클라이맥스를 지나 다시 가라앉는 흐름은 고통과 안식으로 이어지는 삶의 궤적을 떠올리게 한다.
![]()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서 |
김현서는 만 15세의 나이에 제58회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3위를 수상하고, 청중상과 최연소 결선 진출자상을 함께 받은 떠오르는 신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작가 황석영이 직접 무대에 올라 고인을 위한 글을 낭독한다. 최근 5년 만의 신작 ‘할매’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문학계 거장이 음악과 함께 추모의 메시지를 전한다.
마지막 무대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3번 제6악장’. “사랑이 나를 살게 한다”는 문장으로 알려진 이 곡은 말러의 작품 세계에서도 가장 깊숙한 감정을 품은 악장으로 꼽힌다. 광주시향은 애도와 연대의 마음을 음악에 실어 공연을 마무리한다.
이병욱 지휘자는 “이번 연주회는 슬픔과 서로를 향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관객들이 같은 시간 속에서 고인을 떠올리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1년이 지났지만 기억은 여전히 곁에 있다. 이 음악회가 그 마음 가까이에 놓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석 무료, 광주예술의전당 누리집 예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