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연속 여성·청년 전략공천”…광주 광산 4선거구 반발 확산
민주 광주시당, 광산 4선거구 등 4곳 ‘여성전략특구’ 잠정 결정
광산 4선거구 2014년부터 여성·청년 4회 연속 전략 특구 지정
예비후보자들, "남성, 비청년 후보자 참정권 제한 역차별 심화"
2025년 12월 20일(토) 17:00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심장부인 광주시에서 광역의원(시의원)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광주시당 지방선거기획단이 최근 일부 지역구를 ‘여성 경쟁 전략선거구(이하 여성특구)’로 지정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다.

특히 광산구의 특정 선거구는 지난 12년 동안 여성과 청년에게만 자리를 내어준 데 이어 이번에도 여성특구로 지정될 움직임을 보이자, 해당 지역에서 수년간 밭을 갈아온 성인 남성 예비후보들이 “명백한 피선거권 침해이자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기계적 할당’에 매몰된 선거구 획정이 지역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지역 정가와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등에 따르면 시당 지방선거기획단은 최근 비공개 논의를 거쳐 광주시 광역의원 선거구 20곳 중 4곳을 여성특구로 지정하는 안을 마련했다.

이번에 잠정 결정된 여성특구 대상지는 서구 제3선거구, 남구 제2선거구, 북구 제3선거구, 광산구 제4선거구 등이다.

시당은 지난 선거에서 운영했던 ‘청년특구’는 폐지하고 여성특구만 운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은 향후 중앙당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라는 대의명분에는 공감하지만, 특정 지역구에 과도하게 제한이 집중되면서 ‘기회의 평등’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장 반발이 거센 곳은 광산구 제4선거구다. 이곳은 지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당시 여성선거구로 지정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제7회 선거에서도 여성선거구로 묶였다.

이어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는 청년선거구로 지정됐다. 만약 2026년 선거마저 여성특구로 최종 확정된다면, 이 지역은 16년 연속(4회)으로 성인 남성(비청년)의 민주당 공천 출마가 원천 봉쇄되는 셈이다.

해당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해 온 입지자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광산 4선거구 출마 예정자인 예부후보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국회의원) 등 당 지도부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 예부후보자는 “지난 10여 년간 지역민과 동고동락하며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해왔는데, 단지 성별과 나이 조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 정치 참여 확대라는 명분이 오히려 인재 등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특정 계층에게만 16년 동안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참정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지역으로 옮기라는 것은 지역 정치인에게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이번만큼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민주당 당헌·당규상 ‘여성 30% 공천 의무’ 규정을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하더라도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전략공천이나 특구 지정은 선거 1년 전 등 충분한 기간을 두고 예고돼야 입지자들이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매번 선거가 임박한 시점인 5~6개월 전에 갑자기 특구가 결정되다 보니, 특정인을 심기 위한 ‘위인설관(爲人設官)’이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2022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광주시당은 예비후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불과 6개월 앞두고 전격적으로 특구를 지정해 극심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당시에도 특정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해 자기 사람을 심거나, 반대파 시의원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특구 제도가 악용됐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여성 후보에게 25%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가 이미 존재하는데도, 아예 남성 후보의 진입 자체를 막는 것은 과잉 규제”라며 “호남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인 상황에서, 경선 배제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다른 시·도당의 경우 유연하게 적용하는 여성 의무 공천 비율을 유독 광주시당만 경직되게 해석해 ‘특구’라는 형태로 강제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도 높다.

광산구의 한 권리당원은 “12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6년 동안이나 한 지역구에서 일반 남성이 출마조차 못 하게 하는 정당이 과연 민주 정당인지 묻고 싶다”며 “이러한 불통 공천이 계속된다면 민주당에 대한 지역 민심 이반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광주시당 측은 “당규에 명시된 여성 의무 추천 비율을 준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며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당장 내년 선거를 준비해 온 예비후보들이 연대 서명과 상경 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특구 지정을 둘러싼 논란은 확산할 전망이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공천 잡음을 넘어,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에 대한 신뢰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이유다.

결국 공은 중앙당으로 넘어갔다. 정청래 대표와 당 지도부가 ‘시스템 공천’과 ‘이의 없는 공천’을 천명해 왔다는 점에서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번 기회에 특구 지정의 기준과 절차를 명문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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