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信誠)에 대하여 -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5년 12월 19일(금) 00:20
믿음에 대하여 논의하면서 신성의 문제를 빠뜨릴 수 없다. 도가(道家)에서는 신성을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신성이란 믿음과 정성의 합성어로써 ‘믿는 정성’, ‘믿음에 대한 정성’, ‘믿고 바치는 정성’, ‘정성을 다하여 믿는 마음’ 등으로 풀이 할 수 있다. 원불교에서는 신(信)·분(忿)·의(疑)·성(誠)의 합성어요 준말로서의 신성이다.

이 마음이 ‘법을 담는 그릇’이 되고, ‘의두를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고, ‘계율을 지키는 근본’이라 했다. 만일 신성이 부실하면 법을 담아가지 못하고, 의두를 해결하지 못하고, 계율을 지키지도 못하는 결과를 빚는다.

이를 더 부연하자면 원불교 교리는 인생의 요도(要道)와 공부의 요도, 두 맥락이 있는데 이중 ‘공부의 요도’에 삼학(三學)과 팔조(八條)가 있다. 삼학이란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 공부를 말하고, 팔조란 진행사조(進行四條: 진행해야 할 네 가지)와 사연사조(捨捐四條: 버려야 할 네 가지)를 말한다.

이 진행사조는 신(信)·분(忿)·의(疑)·성(誠), 즉 믿음과 분발과 의심과 정성이다. 이 진행사조는 삼학 공부를 진행시키는 필수 요건으로서의 네 가지 길이다. 이 네 가지가 각각 다른 것 같으나 일맥상통하는 원리를 가지고 있다. 진리의 실상이나 그 속성을 알고, 또한 주세불과 그 교법을 알고 나면 진리와 주세불과 그 교법에 대한 믿음이 서지 않을 수 없다. 깊은 믿음이 확립되면 성불제중(成佛濟衆), 즉 안으로 자기를 완성시키고 밖으로 고해 생령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분발을 아니할 수 없고, 그 분발에 이어 회의(懷疑)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즉 ‘성불을 위해 어떻게 돌파해 갈 것인가?’, ‘고해 생령들을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 하는 화두가 절실하게 부각되고 그 화두를 해결하기 위해 정성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깊은 믿음에서 깊은 분발이 나오고, 깊은 분발에서 깊은 의심이 나오며, 깊은 의심에서 깊은 정성이 나와서 진급과 깨달음과 성공과 결실을 안겨다 준다. 이러한 신·분·의·성의 네 가지 합성어요 준말이 ‘신성’이다. 그러므로 도가의 생명은 신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도가에 몸담고 있을지라도 신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이미 도가의 제목으로서는 생명을 잃는다. 도가에서 추구하는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도가에서는 “스승이 제자를 만나면 먼저 그의 신성을 본다”고 하고 “독실한 신심이 있으면 그 법이 건네지고 공을 이루나, 신심이 없으면 그 법이 건네지지 못하고 공도 이루지 못한다” 했다.

그리고 그 신심이란 첫째, 스승을 의심하지 않는 마음 둘째, 스승의 모든 지도에 오직 순종하는 마음 셋째, 스승의 엄교중책(嚴敎重責)도 달게 받는 마음 넷째, 스승 앞에서는 자기의 허물을 이실직고(以實直告: 사실로써 바로 고백하는 것)하는 마음이라 했다. 이상 네 가지를 구비하면 불조의 법기(佛祖法器)를 이룬다 했다.

더 나아가면 스승만 스승이 아니라 선과 악까지도 모두 내 스승이요, 순역 경계가 모두 내 스승이면서 살아 있는 경전이다.

사실은 도가뿐만 아니라 모든 술(術)의 세계에서 절정의 비법은 사사로운 정으로 전해질 수 없다. 오직 낱 없는 신성을 바쳐야 그 오묘한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도술(道術), 예술, 기술, 의술, 화술, 무술 등 기타 모든 술의 세계에서는 제자가 스승에 대한 신성과 심법에 낱이 없어야 스승이 간직한 모든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고 나아가 스승의 경지에 도달·합치되어 분반좌(分半座: 같은 반열의 좌석을 나누어 앉음)나 파수공행(把手共行: 같은 반열끼리 손잡고 함께 감)을 할 수 있다.

일찍이 유의태 명의(名醫)가 자기 자식에게 의술을 전하지 못하고 결국 허준에게 전한 사실이 그 한 사례이다. 어찌 의술의 세계에만 그러할 것인가. 술의 세계는 모두 그렇다. 더욱이 도가는 더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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