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줄게’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오래 전 단골 커피숍에는 쿠폰 나눔 나무가 있었다. 손님이 커피 한 두잔 값을 건네주면 쿠폰을 만들어 나무에 걸어두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었다. 주인장은 고객들에게 청소부 아저씨, 택배 아저씨, 동네 아이들이 음료를 마시고 갔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손님들은 쑥스러우면서도 조금은 착한 일을 한듯해 기분이 좋아졌다. 그 가게는 사라졌지만 한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쿠폰을 나누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기억이 있다.
최근 ‘책 사줄게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었다. 어른들이 미리 결제를 하면 청소년들이 책을 골라가는 기획이다. 시작은 충북 청주의 ‘책방, 앤’이었다. 서점지기는 아이들에게 책 고르는 즐거움을 전해주고 싶었고, 그의 소망은 한 달에 책 몇 권 값을 후원하겠다는 단골의 제안으로 현실이 됐다. “어른들이 선결제했단다. 책 받아가렴, 들어와서 고르기만 해.” 지난 2월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며 후원자가 늘었고 청소년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14~19세 청소년이 부모 없이 혼자 와서 책을 고르는 조건이었다.
‘책 나눌게’는 전국 책방지기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나갔다. 여름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한 화순 ‘책방오다’의 강윤성 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익명 후원자들까지 동참하며 기금이 150만 원을 넘어섰고 초등생부터 고교생까지 마음에 드는 책을 가져갔다. 여수의 ‘거기 책방 다섯’도 12월부터 이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광주문화재단과 광주서점들은 ‘책 사줄게 책 나눌게’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어른들이 선결제를 했고 청소년들은 동명서점, 소년의 서, 예지책방, 러브앤프리, 서로사랑하세요, 완벽한오늘, 책과생활에서 책을 받아갈 수 있다. 동명책방을 찾은 여고생들은 김주혜의 ‘작은 땅의 야수들’, 부커상 수상작인 서맨사 하비의 ‘궤도’를 구입해갔다고 한다.
마침 선물하기 좋은 연말연시다. 동네책방에 책값을 두고 오는 건 어떨까. 아이들이 책과 친구가 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책방에 들러 아이가 직접 골라 읽은 바로 ‘그 책’이 앞길을 밝히는 ‘인생책’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
광주문화재단과 광주서점들은 ‘책 사줄게 책 나눌게’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어른들이 선결제를 했고 청소년들은 동명서점, 소년의 서, 예지책방, 러브앤프리, 서로사랑하세요, 완벽한오늘, 책과생활에서 책을 받아갈 수 있다. 동명책방을 찾은 여고생들은 김주혜의 ‘작은 땅의 야수들’, 부커상 수상작인 서맨사 하비의 ‘궤도’를 구입해갔다고 한다.
마침 선물하기 좋은 연말연시다. 동네책방에 책값을 두고 오는 건 어떨까. 아이들이 책과 친구가 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책방에 들러 아이가 직접 골라 읽은 바로 ‘그 책’이 앞길을 밝히는 ‘인생책’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