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원 위해 문 활짝”…광주대표도서관 붕괴현장 ‘나눔 온정’ 이어져
이영수씨 현장 구조대 편의 위해 화장실 전면 개방
의용소방대원들 현장 봉사…재난 심리상담 지원도
2025년 12월 13일(토) 13:20
광주시 서구 치평동에서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는 이영수(37)씨.
“매장 근처에서 큰 사고가 나면서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었습니다.”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이후 3일에 걸친 구조 작업이 이어지자, 광주 시민들은 구조대원들의 고충과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한다며 ‘온정’을 함께 나눴다.

13일 오전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현장 맞은편 스크린 골프장 입구에는 ‘고생하시는 소방·경찰관 화장실 편히 사용하세요’라는 내용의 문구가 붙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참사로 현장의 기본 편의시설이 부족해 불편이 이어지면서 골프장 사장 이영수(37)씨가 전날부터 화장실을 개방한 것이다.

이씨는 “사고 첫날부터 구조대원들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겠냐’며 미안해하면서 들어왔다”며 “이들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었다. 별것 아닌 일이라 오히려 쑥스럽다”고 말했다.

구조대원과 현장 작업 인력, 관계 부처 공무원 등 많은 사람이 몰리면 매장 운영과 관리에 차질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구조 작업을 위한 도로 통제로 매장 출입구가 모두 막히면서 실제 매출에는 큰 타격이 있었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13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현장 건너편 스크린 골프장 입구에 ‘고생하시는 소방·경찰관 화장실 편히 사용하세요’라는 내용의 안내 문구가 부착돼 있다.
그럼에도 이씨는 “사고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불편쯤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며 “청소를 조금 더 하고 소모품을 채우는 정도면 되는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근무복을 입은 구조대원들은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매장을 드나들며 이씨와 서로 감사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씨는 “구조대원들이 고맙다며 간식과 음료를 가져다주기도 했다”며 “추운 날씨 속에서 시민들을 위해 힘쓰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모두 무사히 작업을 마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 매장을 15년째 운영하며 자리를 지켜왔다. 이곳에 있던 상무소각장이 가동을 멈춘 뒤 새롭게 문화시설이 지어지는 것을 관심있게 봐왔던 만큼 이번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도 크다.

그는 “6개월 전에도 해당 공사장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해 마음이 무거웠다. 공사가 안전하게 진행되기를 바라며 지켜봤는데 큰 사고가 나 안타깝다”면서 “구조자들의 잇단 사망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날은 새벽부터 각종 단체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을 지키기도 했다.

단체 점퍼를 갖춰 입은 의용소방대원들은 공사장 내부에서 생수와 라면 등을 옮기며 구조대원들을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현장 인근에는 재난심리상담소가 마련돼 유가족들과 트라우마를 경험한 지역민들을 위한 상담 창구를 열었다. 재난심리회복 마음버스, 피해자 가족대기실 내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등을 열고 아픔을 치유했다.

재난심리상담사 이혜진(여·53)씨는 “갑작스런 재난을 겪은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들의 마음이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일 오후 2시께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중이던 건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4명이 숨졌다.

/글·사진=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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