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관리 부실이 불러온 참사”…광주대표도서관 붕괴 피해자 가족 분통
2025년 12월 12일(금) 12:29
12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 가족 고대성(67)씨가 공사 현장의 안전을 지적하고 있다./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로 매몰된 피해자 가족이 “공사 현장의 안전 관리가 부실해 참사가 발생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2일 오전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붕괴사고 현장에서 만난 피해자 가족 고대성(67)씨는 “안전 관리가 부실해 예견된 사고였다. 사람을 잡는 덫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고씨의 형 A(69)씨는 현재 사고 현장 내에 매몰됐으며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지 않아 구조받지 못하고 있다.

고씨는 “35년간 철근공으로 일해왔던 형이 현장 안전 시스템 미비로 사고에 휘말렸다”며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시스템 동바리(지지대)가 설치되지 않은 채 공사가 진행됐고, 안전통로 등 공사의 기본적인 안전 장치조차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씨는 지난 6월 해당 공사현장에서 현장소장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공사가 중단된 적이 있으나, 공사를 재개한 이후로도 안전 문제를 전혀 개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은 현장에서 ‘빨리빨리’ 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했다”며 “잘못된 현장 구조가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공사 중이라 피해가 이 정도로 끝난 게 불행 중 다행”이라며 “도서관이 완공돼 어린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을 때 사고가 났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형이 차가운 공사 현장에 매몰돼 있는 것에 대한 참담한 심정도 토로했다.

고씨는 “철근공으로 활동하던 두 살 터울 형을 따라 일을 배웠고, 형 덕분에 30여년간 각종 공사 현장에서 일해왔다”며 “살아계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안타깝다. 간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겠나.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A씨의 또 다른 동생 고성석(61)씨도 “현장 전체가 안전 불감증이다”고 지적했다.

고씨는 기둥 간격이 멀게 설계된 데 비해 하중을 분산할 동바리조차 설치하지 않고 공사를 한 점, 철골 구조물 간 용접과 볼트 체결이 미비했던 점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혀를 찼다.

사고 이후 현장 대응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표했다. CCTV상 A씨가 노란 크레인 근처 반경 3~4m에서 작업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확한 위치를 못 찾고 헤맨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형은 1층에서 작업 중이었고, 소리가 나자 피하려다가 위에서 떨어지는 걸 머리에 맞은 것 같다”며 “시스템 비계도 제때 설치 안 되고, 외부 작업자 추락 대비도 안 돼 있고, 지상에서 14m 높이에서 작업하는데 안전 장치가 하나도 없다”고 한탄했다.

고씨는 “광주 시민이 현대산업개발에서 당했던 것처럼 또 당했다. 대한민국 경제 규모가 세계 6위인데 건설 안전은 50위도 못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11일 오후 2시께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중이던 건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작업자 4명이 건물 잔해에 매몰됐으며 이 중 2명은 숨졌다. 나머지 2명은 매몰된 위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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