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복지버스’…농촌의 겨울 “아프면 안돼”
전남 왕진버스·행복버스·어복장터 사업 종료에 의료·복지 공백 우려
사업 재개되는 내년 봄까지 불편 참아야…재정·행정적 대책 마련 필요
2025년 12월 08일(월) 20:45
/클립아트코리아
# 신안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현우(32)씨는 “섬에서는 고령의 어머니를 모시고 큰 병원이라도 모시고 가려면 한 세월이 걸린다. 하루에 네번 뿐인 여객선 운항시간에 맞춰 목포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겨울철에는 더 힘들다”고 했다. 김씨는 “식당을 운영하다보니 식재료가 필수인데 마을에 마트도 없어서 주1회 장터라도 있어야 물건을 살 수 있다. 지난 3개월간 매주 ‘어복장터’ 오는 날만을 기다렸는데, 올해는 끝났고 내년에도 시행되려면 겨울을 지나야 해 공백기간이 생긴다니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연말이 되면서 전남 농·어촌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복지를 지원하는 농촌왕진버스, 행복버스, 어복장터 등이 멈춰서게 돼 복지 공백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령층에게 특히 위험한 겨울철에 전남 벽지의 유일한 마트이자 병원, 편의시설 등의 역할을 하는 지원책들이 사라지면서 “겨울에는 더더욱 아파서도 다쳐서도 안 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실정이다.

8일 전남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의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는 ‘농촌왕진버스’는 지난달 말 올해 운행을 종료했으며, 내년 2~3월까지 운행하지 않는다.

해당 버스는 ‘의료사막화’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된 것으로, 보건·의료 취약계층인 농촌 주민들에게 양·한방, 구강검사, 검안, 물리치료 등 진료를 무료로 제공해왔다.

농촌왕진버스가 멈춰서면서 정작 폭설과 한파 등으로 인해 겨울철 읍내로 나가기 어려워하는 고령층들은 오히려 겨울에 의료사막화가 심해지는 상황을 맞게 됐다.

어촌지역을 대상으로 섬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인 어복장터도 예외가 아니다.

‘어복장터’는 신안 당사도와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등 4개 섬 주민들을 대상으로 신선식품·생필품을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사업이다. 전남도가 해양수산부와 함께 섬마을 ‘식품 사막화’ 개선을 목표로 시범운영에 나서면서 지난 9월부터 실시됐다.

이 사업은 오는 18일을 끝으로 올해 사업을 종료한다. 내년도 사업은 2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복지·문화 서비스를 싣고 농촌 마을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전남행복버스’도 겨울철에 운영되지 않는다. 전남도와 전남사회서비스원이 함께 섬·산간벽지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이·미용, 복지 상담, 문화·여가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행복버스는 지난 2월 보성군을 시작으로 270개 마을을 돌아왔지만, 9일 함평, 11일 영암, 12일 장성, 15일 영광을 찾은 뒤, 16일 장흥군 용산면을 마지막으로 올해 사업이 종료된다.

내년도 사업들에 대한 인력 부족, 운영 기간과 홍보 부족, 의료기관·지자체 협업 보완 필요성 등도 지적되고 있다.

최근 전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의료 취약지 해소를 위한 농촌왕진버스 사업의 예산이 축소 편성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인력 확충, 회차 증가, 서비스 범위 확대 등 추가 재원이 필수적이지만, 2026년 예산에는 이런 확대 수요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당초 올해 8억 8200만원이었던 사업 예산은 추경에서 1억 9000만 원이 감액돼 6억 9400만원만으로 운영됐다. 더욱이 내년 예산은 8억 2900만원으로 전년도 계획에 비해 5300여만 원이 줄어들었다는 게 전남도의회 설명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내년도 사업에서는 기존 50회에서 70회 증회돼 운영될 방침이며 추가로 국·도비를 2억 3000만원 가량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행복버스에 대해서는 “겨울철엔 버스 운영 등 각 지역에 접근에 어려움이 많다는 한계가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진 및 자원봉사단체의 일정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인력 및 운영 체계를 보완해 사업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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