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투어 - 김지을 사회부장
2025년 12월 02일(화) 00:20
독일 베를린을 찾는 여행객들 사이에 알려진 체험 프로그램으로 ‘슈톨퍼슈타인’(Stolperstein·걸림돌) 찾기’가 꼽힌다. 고개를 숙이고 길바닥을 뒤지다 ‘슈톨퍼슈타인’을 찾아낸 뒤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독일어로 ‘걸려 넘어지는 돌’이라는 의미지만 땅에 묻혀 있어 걸릴 일은 없다.

슈톨퍼슈타인은 베를린 출신 작가 군터 뎀니히(Gunter Demnig)가 나치 정권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학살에 대한 반성과 추모를 위해 1992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다. 가로·세로·높이 각 10㎝크기의 ‘걸림돌’에는 희생된 유대인 이름, 출생, 끌려간 해 등이 새겨져 독일을 비롯해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 희생자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집이나 직장이 있던 곳에 수만 개 설치됐다. 역사의 흐름 속에 흔적 없이 희생된 ‘개인’의 존재를 기억하고 디딤돌 삼아 비극적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광주에서도 지난해 헬리콥터 사격(기총소사) 흔적이 남아있는 ‘전일빌딩 245’와 5·18 역사를 담고 있는 5·18 기록관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5·18 국립묘지, 민주광장 등 국가폭력의 흔적과 저항·연대의 상징적 공간들을 돌아보며 광주의 오월을 기억하자는 취지였는데 처음으로 ‘다크투어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다크투어는 전쟁이나 재난, 학살, 참사 현장 등 비극적인 역사 속 장소를 돌아보며 사건의 어두운 면을 잊지 말고 성찰의 계기로 삼는 활동이다.

국회사무처가 비상계엄 해제 1주년을 맞아 3∼5일 진행하는 ‘그날 12·3 다크투어’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요구를 결의했던 그날의 밤을 기억하자는 취지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해설자로 나서 계엄 당시 월담 장소, 계엄군 헬기가 착륙한 국회 운동장, 계엄군과 극렬히 대치한 국회의사당 2층 현관 등을 시민과 함께 둘러보며 설명할 예정이다.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벌써 1년이다. 불행한 과거를 기억하고 조속한 내란 청산을 통해 성숙한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여행으로 떠나보자.

/김지을 사회부장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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