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구한 ‘오월 정신’… 이제 헌법 수록으로 답할 때
내란의 밤 광주 시민들 ‘항쟁의 DNA’로 민주주의 지켜내
광주시, 전국 유일 ‘헌법수호 비상계엄 무효선언 연석회의’
행동하는 양심 ‘5·18’ 헌법에 새겨 역사 이정표로 삼아야
광주시, 전국 유일 ‘헌법수호 비상계엄 무효선언 연석회의’
행동하는 양심 ‘5·18’ 헌법에 새겨 역사 이정표로 삼아야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계엄의 공포 속에서 광주는 유독 남달랐다. 칠흑 같은 어둠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때 강기정 시장이 이끈 광주시청의 불은 꺼지지 않았고 5·18을 경험했던 깨어있는 시민의 눈은 더욱 매섭게 빛났다.
12·3 내란 사태 당시 광주시가 보여준 기민한 대응은 단순한 행정력을 넘어 1980년 5월로부터 이어져 온 ‘항쟁의 DNA’가 발현된 결과물이었다.
위기의 순간마다 대한민국을 구한 이 위대한 정신을 이제는 헌법 전문(前文)에 새겨 불가역적인 역사의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30분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방부의 포고령이 떨어졌다. 전국의 행정기관이 혼란에 빠진 그 시각 광주시의 시계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계엄 선포 30분 만인 밤 11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전국 행정기관 중 가장 빠른 첫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어 밤 11시 19분 행정안전부로부터 ‘청사를 폐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광주시는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오히려 청사 문을 활짝 열고 광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을 불러 모아 단결된 결집을 요청했다.
이튿날인 4일 새벽 0시 11분. 전국에서 유일하게 ‘헌법수호 비상계엄 무효선언 연석회의’가 광주시청에서 열렸다. 강기정 시장과 신수정 시의회 의장과 이정선 광주시 교육감, 각 구청장, 5·18 단체 대표,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48명이 머리를 맞댔다.
강 시장은 “당시 시장으로서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각오를 했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오전 1시 10분 공동 담화문을 통해 계엄 무효를 선언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가결보다 앞선 시민들의 주체적인 불복종 선언이었다.
목숨을 건 이날의 행동은 1980년 5월 계엄군의 총칼 앞에서도 주먹밥을 나누며 자치공동체를 실현했던 그날의 기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광주 시민들은 본능적으로 부당한 공권력에 저항했고, 행정은 이를 뒷받침하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자임했다.
행동하는 양심 광주의 저항 정신은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현재까지 구체적인 행동과 제도로 이어지고 있다. 5·18 당시 시민군이 최후 항전을 벌였던 전일빌딩245 외벽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정신을 담은 대자보가 내걸리며 광주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광주가 지켜온 민주주의에 내란 선동의 자유는 없습니다’(2025년 2월), ‘지켰다 민주주의! 고맙다 광주정신!’(2025년 4월) 등의 문구는 광주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감시자이자 수호자임을 웅변한다. 최근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축하하며 5·18의 아픔을 세계적 보편 정신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기도 했다.
광주시는 이러한 정신을 행정 시스템으로 안착시키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는 지난달 24일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구성을 마치고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12·3 내란 당시 영혼 없는 복종이 가져올 파국을 목격했기에 ‘제2의 내란’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광주가 먼저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5·18 헌법 수록 12·3 내란을 시민의 힘으로 막아내면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당위성은 더욱 명확해졌다. 헌법학계와 지역 사회는 지금이야말로 개헌의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국정 과제로 확정하고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약속했다. 개헌 국민투표 시기는 2026년 지방선거 또는 2028년 총선이 거론되지만 비용 절감과 국론 결집을 위해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이 1997년 광주 시민의 항쟁을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로 판결한 점을 들며 “2026년 지방선거가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국민투표의 가장 효율적인 타이밍”이라고 제언했다.
12·3 사태가 5·18 정신의 현대적 가치를 증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5·18 정신은 국민이 국가 권력의 단순한 객체가 아닌 주권자로서 국가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저항할 수 있음을 확인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12·3 내란 사태 당시 광주시가 보여준 기민한 대응은 단순한 행정력을 넘어 1980년 5월로부터 이어져 온 ‘항쟁의 DNA’가 발현된 결과물이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30분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방부의 포고령이 떨어졌다. 전국의 행정기관이 혼란에 빠진 그 시각 광주시의 시계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계엄 선포 30분 만인 밤 11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전국 행정기관 중 가장 빠른 첫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어 밤 11시 19분 행정안전부로부터 ‘청사를 폐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광주시는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오히려 청사 문을 활짝 열고 광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을 불러 모아 단결된 결집을 요청했다.
강 시장은 “당시 시장으로서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각오를 했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오전 1시 10분 공동 담화문을 통해 계엄 무효를 선언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가결보다 앞선 시민들의 주체적인 불복종 선언이었다.
목숨을 건 이날의 행동은 1980년 5월 계엄군의 총칼 앞에서도 주먹밥을 나누며 자치공동체를 실현했던 그날의 기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광주 시민들은 본능적으로 부당한 공권력에 저항했고, 행정은 이를 뒷받침하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자임했다.
행동하는 양심 광주의 저항 정신은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현재까지 구체적인 행동과 제도로 이어지고 있다. 5·18 당시 시민군이 최후 항전을 벌였던 전일빌딩245 외벽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정신을 담은 대자보가 내걸리며 광주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광주가 지켜온 민주주의에 내란 선동의 자유는 없습니다’(2025년 2월), ‘지켰다 민주주의! 고맙다 광주정신!’(2025년 4월) 등의 문구는 광주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감시자이자 수호자임을 웅변한다. 최근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축하하며 5·18의 아픔을 세계적 보편 정신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기도 했다.
광주시는 이러한 정신을 행정 시스템으로 안착시키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는 지난달 24일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구성을 마치고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12·3 내란 당시 영혼 없는 복종이 가져올 파국을 목격했기에 ‘제2의 내란’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광주가 먼저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5·18 헌법 수록 12·3 내란을 시민의 힘으로 막아내면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당위성은 더욱 명확해졌다. 헌법학계와 지역 사회는 지금이야말로 개헌의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국정 과제로 확정하고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약속했다. 개헌 국민투표 시기는 2026년 지방선거 또는 2028년 총선이 거론되지만 비용 절감과 국론 결집을 위해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이 1997년 광주 시민의 항쟁을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로 판결한 점을 들며 “2026년 지방선거가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국민투표의 가장 효율적인 타이밍”이라고 제언했다.
12·3 사태가 5·18 정신의 현대적 가치를 증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5·18 정신은 국민이 국가 권력의 단순한 객체가 아닌 주권자로서 국가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저항할 수 있음을 확인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