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상처는 사적이지 않다, 정찬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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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 5·18민주화운동, 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참사,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국가 폭력과 사회적 참사가 남긴 상처는 사건이 끝났다고 해서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피해자가 어렵게 말을 꺼낼 때마다 “언제까지 그 이야기냐”는 냉담한 반응이 따라붙는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 고통을 공적인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2013년부터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국가 폭력 생존자와 유가족을 치료해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찬영은 ‘당신의 상처는 사적이지 않다’에서 파괴된 삶을 어떻게 함께 회복할 수 있을지 질문한다.
책은 2025년 11월 5·18 성폭력 피해자 자조모임 ‘열매’가 45년 만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장면에서 출발한다. 붉은 꽃무늬 스카프를 두른 채 법정에 선 여성들의 모습은 국가 폭력의 상처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상기시킨다.
특히 주목하는 개념은 ‘수치심의 불공정’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이 오히려 부당한 수치심을 모두 떠안고, 가해자는 거의 책임을 느끼지 않는 감정 구조가 피해자의 자기혐오를 반복시키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폭력과 참사는 공동체 전체에 ‘물결 효과’를 일으킨다. 세월호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된 무력감과 죄책감처럼 비극의 감정은 사회 전반으로 번져나간다. 그러나 저자는 치유 또한 물결처럼 확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피해자가 증언하고, 공동체가 이를 들으며, 그 고통을 사회적으로 인정할 때 회복의 감정은 사회로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잠비·2만2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국가 폭력과 사회적 참사가 남긴 상처는 사건이 끝났다고 해서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피해자가 어렵게 말을 꺼낼 때마다 “언제까지 그 이야기냐”는 냉담한 반응이 따라붙는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 고통을 공적인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책은 2025년 11월 5·18 성폭력 피해자 자조모임 ‘열매’가 45년 만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장면에서 출발한다. 붉은 꽃무늬 스카프를 두른 채 법정에 선 여성들의 모습은 국가 폭력의 상처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상기시킨다.
특히 주목하는 개념은 ‘수치심의 불공정’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이 오히려 부당한 수치심을 모두 떠안고, 가해자는 거의 책임을 느끼지 않는 감정 구조가 피해자의 자기혐오를 반복시키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