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지만…일회용품 없는 축제 만들어요”
‘불모지장’ 이끄는 정은실 전북시민공동행동 활동가
광주일보 행사서 강연…축제 기획자들과 해법 모색
“쓰레기 없는 축제 위해 환경보호 법적 근거 절실하다”
2025년 11월 27일(목) 19:10
전국의 축제 현장에서는 뱃지와 에코백 등 각종 굿즈를 나눠주고, 썩지않는 비닐에 담아 포장한 음식을 제공하며, 각종 플래카드와 판넬 등은 재활용 없이 버려진다. 책임없는 쾌락 속 버려진 쓰레기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 마치 ‘괜찮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제2회 영암 숲숲 환경영화제가 열린 지난 9월 영암 독천초에서는 ‘불편한 모험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든다’는 뜻이 담긴 불모지장이 펼쳐졌다. 이날 축제를 찾은 300여명의 참가자들은 깨진 유리병으로 만든 바다유리 마그넷 등을 구입하고, 제철 과일 잼 등 무포장된 비건 요리를 다회용기에 담아 먹으며 쓰레기 없는 축제 만들기에 동참했다.

정은실(여·38) 불모지장 총괄 디렉터이자 전북시민공동행동 활동가는 2021년부터 불모지장을 이끌어 온 기획자다. 축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그의 활동의 시작이었다. 그는 지난 24일 광주일보사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유어스텝과 함께 진행한 ‘일회용품 없는 행사 만들기’ 집담회에서 ‘쓰레기없는 축제’ 강연을 통해 지역 축제 기획자들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익산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건축을 전공한 정 활동가는 1인가구로 살아가며 발생하는 쓰레기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혼자 살아도 건강한 한끼를 챙겨 먹으려 장을 봤는데 오히려 1인 가구가 포장 쓰레기가 더 많이 나온다는 걸 알게됐죠.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장 보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생각하다 축제 쓰레기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불모지장 참여자는 마치 소풍에 온 기분으로 무포장된 상품을 구매하고 다회용기를 사용해 행사를 즐긴다. 축제가 끝나면 쓰레기 없이 가볍게 귀가하며 쓰레기없는 축제를 ‘경험’하게 된다. 방문자 수가 늘어도 쓰레기 양은 그대로인 ‘매직’은 이렇게 이뤄진다.

변화는 불편을 동반하기에, 기획자로서 벽에 부딪힐 때도 있다.

정 활동가는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분들에게 다회용기 사용을 요청해야 할 때가 있는데, 정부가 일회용품 금지 규제를 철회해 법적인 장치가 느슨해져 설득이 어려울 때가 있다”며 “적극적인 환경보호를 위해선 법적인 근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 활동가는 전북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지만 전남 지역에서도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남, 진도, 구례와 같이 시장이 활성화된 지역에서 불모지장을 열어보고 싶어요. 시장은 너무 일상적인 공간이라 비닐, 플라스틱이 의식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사용돼요. 어쩌면 도시에서 불모지장을 여는 것보다 더 어려울 지 모르지만 어르신들께 쓰레기 없는 장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드리고 하나씩 꾸준하게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 활동가는 “축제 쓰레기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해도 괜찮은 것이라 생각하고, 또 어쩌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우울감을 갖고 외면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결국 이 쓰레기에 대한 책임은 돌고 돌아 기후위기, 기후재난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돌아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딘가에서는 우리가 버린 쓰레기로 인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고, 언젠가 우리에게도 같은 재난이 눈 앞에 닥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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