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강국 코리아”…누리호 4번째 비상, 고흥 현장 기대감 고조
발사 앞두고 우주발사전망대 전국서 모인 인파로 북적
가족·학생·퇴직 교사 등 “성공 확신” 한목소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민간 주도 의미 커
2025년 11월 26일(수) 23:56
“한국 우주 기술의 자부심 누리호의 도전을 온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의 4번째 우주 비행을 3시간여 앞둔 26일 밤 10시께 고흥 우주발사전망대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현장은 전국 각지에서 누리호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모여든 관람객들의 열기로 대낮처럼 뜨거웠다.

우리 손으로 쏘아 올리는 우주 비행의 순간을 눈으로 확인하려는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망대 주차장은 일찌감치 만차가 됐고, 추운날씨에도 전망대 곳곳에는 두꺼운 외투를 입은 시민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설레는 표정으로 발사대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옥수수와 빵을 나눠 먹으며 ‘발사의 순간’을 기다리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이날 청주에서 온 김혜영, 강원재씨 부부는 딸 강설, 아들 강율군과 함께 고흥을 찾았다.

2년 전 할아버지와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다녀온 뒤 우주과학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강율군은 “전날부터 누리호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 영상을 찾아보며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설렘을 달랬다.

어머니 김혜영씨는 “어제부터 고흥 날씨를 수시로 확인했는데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예감이 좋다”며 “아이들에게 오늘 누리호의 네 번째 도전이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고 웃었다.

미래의 우주 주역을 꿈꾸는 대학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진주 경상국립대 우주항공학과 김민석(23), 김현일(24), 김유석(19), 권현욱(19)씨는 수업을 마치자마자 고흥으로 달려와 3층 전망대에 자리를 잡았다.

4학년인 김민석씨는 “지난 7월 견학 이후 선배들이 일궈낸 결실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후배들과 다시 왔다”며 “내일 오전 9시 1교시 수업이 있지만, 1월 1일 해돋이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역사적 현장이라 생각돼 망설임 없이 출발했다”고 말했다.

진주 연암공과대 기계공학과 노도형(24), 박성민(20)씨도 “수업이 끝나자마자 2시간 20분을 달려왔다”며 “지난 3차 발사 성공의 기운을 이어받아 이번 4차 발사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관람객들도 있었다. 3층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발사대를 세심히 살피던 박세범(64)씨는 퇴직한 중학교 물리학 교사로 이날 김해에서 이곳을 찾았다.

박씨는 “이번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라는 민간 기업이 처음으로 총괄한다는 점에서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공연도 현장의 감동이 다르듯, 우주 발사의 순간을 직접 목격했을 때의 전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시에서 온 선명수(66)씨는 7층 회전 전망대 카페에서 차분히 발사 순간을 기다렸다.

선씨는 “탑재 중량이 늘어난 상태에서 민간 주도로 발사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우주 강국 반열에 올랐다는 방증”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망대를 찾는 이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시민들은 담요와 목도리로 몸을 감싼 채 전망대 인근에서 차분히 기대감으로 발사의 순간을 기다렸다.

먼 거리를 한걸음에 달려온 이들도 있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퇴근 직후 고흥으로 내려온 부부 사이먼 강(46), 김미정(39)씨는 초겨울 한파에 대비해 두꺼운 패딩으로 무장한 채 자리를 지켰다.

김씨는 “성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설령 실패하더라도 4차 발사 자체가 가진 도전의 의미는 퇴색되지 않을 것”이라며 “먼 길을 달려온 보람을 안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흥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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