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시대, 예술·철학은 어떻게 대응할까
27일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불)복종하는 코드’ 국제포럼
‘AI 시대의 윤리와 저항’ 질문
美 학자 맥켄지 워크 기조강연
2025년 11월 26일(수) 20:45
지맵은 27일 AI시대 윤리와 저항의 문제를 묻는 국제포럼을 연다. 지난 7월 15일~8월 31일 열린 ‘코드, 하나의 캔버스’전에서 카렌 다플뢰르가 선보인 ‘별빛 삼부작’.
미디어아트의 본질은 비인간적 미디어의 구석구석을 찾아내 인간적 목적에 활용하는 실천이 도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복잡한 미디어 환경은 그 자체로 모순과 불일치가 있으므로 이를 발견해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예술의 방편이라는 견해다.

이 같은 주장은 27일 G.MAP(지맵, 센터장 김허경) 주최로 열리는 국제포럼의 기조강연에 나서는 미 더 뉴스쿨의 미디어·문화학자 맥켄지의 강연문에서 제기됐다.

지맵은 27일 ‘(불)복종하는 코드’((Dis)Obedient)를 주제로 국제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국제포럼을 연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시대, 예술과 철학이 어떻게 대응하고 개입할 수 있는지 전문가들과 다각도로 모색하는 자리다. 특히 ‘AI 시대의 윤리와 저항’을 광주에서 묻는 국제 포럼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포럼은 지난 2014년 영국 V&A에서 열린 ‘불복종하는 물건들’을 토대로 물질적 ‘저항의 도구’를 조명하던 작업을 알고리즘, 코드,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디지털 환경으로 확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26일 지맵에 따르면 기조강연(온라인)에 나서는 맥켄지 워크는 “기술이 만들어낸 세상을 거부하기란 어렵다”며 “우리는 기계로 만들어진 둥지 속에 살고 있으며, 그 기계들은 인간 존재의 가장 빈곤한 버전을 우리에게 시뮬레이션해 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거부는 우리가 집단으로, 아무리 작은 규모로나마 다른 삶을 창조하기로 결심할 때 형식이 된다. 그것이 어떤 삶인가? 나는 규정하고 싶지 않다”며 “아마도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은 지금 인간이 인간을 인간답게 사용하는 모습이 어떠할지 묻는 것일 터다”고 강조했다.

미디어·문화학자 맥켄지 외에도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기조 강연을 한다. 박 교수는 인간의 자율성과 알고리즘의 규범적 충돌을 발표한다.

이어 세 개의 세션으로 진행되는 라운드테이블에서는 ‘불복종하는 물건들’이라는 주제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첫 번째 세션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기모 학예연구관이 좌장을 맡아 ‘반항하는 물건들에서 반항하는 코드’를 주제로 진행한다.

프랑스 독립큐레이터 캐서린 플러드, ZMK의 블랑카 히메네스(온라인), 한국의 큐레토리얼 팀 컨버터가 발표를 한다.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칼스루에 프로젝트 큐레이터인 ZMK의 블랑카 히메네스는 ‘Open Codes, Living in Digital Worlds’에서 “궁극적으로 ‘Open Codes’는 단순한 미술 전시가 아니라 대중의 이해를 위한 개입이었다”며 “우리 사회는 노동 기반 경제에서 지식 기반 경제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으며 여기서 코드를 읽고 이해하며 의문을 제기하는 능력은 시민 역량의 핵심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리터러시는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민주주의 참여의 필수 조건이다”며 “호기심과 탐구, 비판적 성찰을 촉진함으로써 이 전시는 21세기 시민교육이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델을 제시했다”고 언급했다.

두 번째 세션은 기술·자본 환경의 문제를 예술적으로 비판해온 프랑스의 DISNOVATION.ORG, 우크라이나 출신 예술가 올리아 페도로바, 홍콩의 예술가·큐레이터 클라라 청, 한국 작가 최원준, 이반지하 등이 각각의 관점을 제시하고 이야기한다. 주제는 ‘불복종 네트워크와 디지털 저항’.

마지막 세션은 류재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지원포럼 대표가 좌장을 맡으며 전문가들이 ‘아트&테크 페스티벌을 통해 다시 생각하는 디지털 저항’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스위스 바젤 HEK 디렉터 지네바 히멜스바흐(온라인)는 ‘알고리즘 불복종’에서 “AI·생체감시·양자기술이 사회를 재구성하는 지금, 예술적 실천은 필수적인 반대력으로 가능하다”며 “그것은 지배적 서사를 의심하고 기계와의 다른 공존 방식을 제안하며 코드가 지배하는 환경 속에서 주체성의 문제를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맵 김허경 센터장은 “이번 포럼은 기술이 더 이상 중립적 도구가 아닌 삶의 조건을 규정하는 권력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미디어아트 도시인 광주가 기술 윤리와 창작의 미래를 선도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64157500792524007
프린트 시간 : 2025년 11월 26일 21: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