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쾅 소리 가슴 철렁…육지 밟고서 안도했다”
여객선 좌초에서 구조까지
탑승객들이 전하는 ‘공포의 5시간’
옆 사람 3~5m 날아가는 것 봐
구명조끼 입고 구조 기다리며 불안
40여명씩 구조정 타고 무사 이송
마중 나온 가족들 괜찮냐 물어
2025년 11월 20일(목) 20:05
19일 밤 11시 30분께 목포시 북항에서 구조된 탑승객들이 대피하고 있다. /목포=김진아 jinggi@
신안군 인근 해상에서 여객선이 좌초되면서 승객 267명은 안전하게 부두에 이송되기까지 ‘공포의 5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난 19일 신안군 장산면 족도 인근 해상에서 좌초된 2만 6546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에는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총 267명이 탑승해있었다.

배는 이날 오후 4시 45분 제주항에서 목포항으로 출항했으며, 오후 9시께 목포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출항한 지 3시간 30여분만인 오후 8시 10분께, 신안군 해역 인근을 항해하던 배는 장산면 족도 남쪽에서 항로를 이탈하더니, 22노트(시속 40~45㎞)의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족도로 돌진했다.

배는 엄청난 굉음을 내며 섬과 충돌, 선수가 절반 가까이 족도의 사면 위로 얹히면서 선체 전체에 충격이 가해졌다. 갑판은 물론 선실에 있던 사람들도 사고 충격으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튕겨나갔다. 승객들은 자칫 갑판에 있었더라면 배 바깥으로 튀어나갈 수도 있을 만큼 강한 충격이었다고 했다.

승객 이성호(55)씨는 “갑판에 나가 있었는데 기대어 있다가 천둥소리가 나면서 뒤로 부딪쳤다. 주변에 서 있던 다른 사람들은 3~5m씩 날아가서 어깨를 다친 사람도 보였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박도영(79)씨도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배가 갑자기 ‘쿵’ 하며 몸이 흔들렸다”며 “충격 때문에 갈비뼈가 부딪혀서 아픈 와중에 배에서 ‘섬과 충돌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고 말했다.

19일 밤 8시 10분께 신안군 장산면 족도 남쪽에 좌초된 여객선 모습. <목포해경 제공>
사고 직후인 오후 8시 16분께 VTS(해상교통관제센터)를 통해 목포해경에 신고가 접수됐고, 승객들은 안내 방송을 통해 배가 섬에 충돌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후 8시 28분께 해경 선박이 현장에 도착해 대피 안내를 시작했고, 승객들은 하나둘씩 구명조끼를 나눠 입으며 출구 앞에 모여 섰다. 밤 9시 1분, 모두가 구명조끼를 입은 것이 확인된 뒤로도 시민들은 해경 배가 안전하게 다가올 때까지 공포와 추위에 떨어야 했다.

승객들은 해경 지시에 따라 40여명씩 배에 나눠 타는 동안에도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들이 먼저 구조될 수 있도록 양보했다. 밤 9시 27분 노약자들이 최초로 해경 배에 탑승한 이후 승객들은 차례대로 구조선으로 발을 옮겼다. 밤 10시 22분, 승객 40명을 태운 첫 구조선이 목포시 북항 목포해경전용부두로 출항했다. 구조선은 그 이후로도 5척이 더 찾아왔으며 밤 11시 27분까지 246명 승객이 전원이 구조선으로 옮겨 타는 데 성공했다.

목포해경전용부두에는 밤 11시 6분부터 이튿날 새벽 0시 52분까지 잇따라 구조선이 도착했다. 들것에 실린 응급 환자들이 가장 먼저 배에서 내려 구급차로 이송됐다. 이어 구명조끼를 입은 승객들이 하나 둘 배에서 내리며, 해경을 통해 인적사항과 부상여부 등을 재확인한 뒤 임시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배에 타고 있는 가족, 친척 등을 보기 위해 마중을 나온 지인들은 경찰 통제선 너머로 “언니 괜찮아?”, “00아 다친 데 없어?”하며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개별 이동을 원하는 이들은 인적사항을 간단히 기록한 뒤 다시 버스에서 내려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탑승객들은 큰 충격과 함께 배가 멈춰섰던 당시의 현장 상황을 전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일부는 가방을 챙겨 조타실 근처로 이동해 주변을 살폈고, 매점 근처에 있던 승객들은 집기류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제주에 거주하는 송용후(58)씨는 “목포 수협에 조기랑 갈치 위판하러 가던 참이었다. 다행히 가지고 오던 고기는 여기 안 싣고 다른 배에 실어서 다행이었다. 내일 아침에 경매할 거 작업하는 거 보러가려고 했다”며 “창을 왼쪽에 두고 앉아있었는데 기대고 있는데 몸을 벽에 ‘퍽’하고 박아서 왼쪽 어깨가 지금 아프다”고 호소했다.

박명원(43)씨는 “지난주 금요일에 가족여행으로 제주를 다녀오던 길에 사고가 났다”며 “아이가 충격에 순간적으로 미끄러져서 너무 놀랐다. 경황이 없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다.

/목포=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목포=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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