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의 변화, 지구의 한 끼를 살립니다”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 ‘에코스쿨 리빙랩’ 최우수상… 수피아여고 ‘ECO끼리’
급식 잔반 줄이기 무게측정 캠페인·비건데이 행사 등
‘절전 프로젝트’ 도전…“당연한 것에 더 관심 갖겠다”
2025년 11월 20일(목) 19:35
광주수피아여고 ‘ECO끼리’ 팀은 지난 19일 ‘2025 에코스쿨 상상뜨락 리빙랩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오선영 교사 제공>
낮 12시, 학생들은 점심시간을 알리는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급식실로 달려간다. 갓 지은 쌀밥, 김이 나는 된장국, 바삭한 탕수육과 따뜻한 어묵볶음이 한가득 쌓여있다. 먹고 싶은 만큼 식판에 담지만 먹다보면 배는 불러오고, 먹기 싫은 반찬은 한쪽에 밀어놓는다. 남은 음식은 당연스럽게 국그릇에 모아져 커다란 잔반통에 버려진다.

일상 속 ‘당연했던 것’이 더는 당연하지 않을 때 변화는 시작된다. 광주수피아여고 ‘ECO끼리’팀은 급식실에서 당연스럽게 버려졌던 이 ‘잔반’에 주목했다.

오선영 지도교사와 2학년 박시언, 방지연, 배다예, 서은우, 송은미, 이규리, 임수하, 임채은, 장슬아 학생은 지난 7월부터 ‘ECO끼리’ 팀을 꾸려 ‘한 끼의 변화 지구의 한 끼를 살립니다’를 주제로 급식실 잔반 제로 무게측정 캠페인(Z.Z 프로젝트)와 비건데이 행사, 음식물 퇴비화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팀은 이 활동으로 지난 19일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의 ‘2025 에코스쿨 상상뜨락 리빙랩 시상식 및 성과공유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구환경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 오 교사는 학생들이 교과서 밖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라며 팀원을 모집했다.

“학생들이 입시 경쟁 속 성적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했어요. 일상 속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활동을 통해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죠. 정규 동아리 활동이 아니다보니 개인시간을 내지 않으면 불가능했죠. 주말엔 카톡과 줌(ZOOM)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하교 후엔 학교에 모여 회의하며 의견을 나눴어요.”

팀은 기후에너지진흥원의 전문가 자문을 받아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잔반 발생 이유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후에는 김미선 영양사와 함께 학생들의 잔반량을 분석했고 무슨 요일에 잔반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지도 확인했다. 또 스마트 잔반 저울을 사용해 매일 남기는 음식의 양을 측정했다. 350g을 목표로 설정하면 200~350g은 초록불, 300~400g은 주황불, 이상으로는 빨간불이 뜨는 방식이다. 팀원들은 점심시간 시작 후 한시간 동안 서서 친구들의 잔반량을 체크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처음에는 자신이 남긴 음식의 무게를 재는 걸 부담스러워 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학급별 대항전으로 번지며 한 입이라도 더 먹으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피아여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한 결과 하루 잔반이 최대 30㎏까지 줄어드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오 교사와 학생들은 ‘교내 전기 절약 프로젝트’로 새로운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오 교사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에서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고, 행동할 수 있는 멋진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리빙랩의 우수상은 지식실천확산 3단계 프로젝트를 통해 에너지 절약 지식을 습득하고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캠페인으로 연계시킨 월계초 ‘에너자이저’팀이 받았다. 장려상은 음식물 쓰레기가 퇴비가 돼 작물로 순환하는 친환경 생태 시스템을 구축한 광덕고 ‘에코 서클링’ 팀이 수상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63634900792285028
프린트 시간 : 2025년 11월 20일 21:5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