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 사상 첫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지명 철회 요구
2차례 걸쳐 도덕성 검증 자료 요청
김범모 후보, 개인정보 이유로 거부
시의원들 “검증 받기 싫으면 물러나라” 질타
임명 강행 시 갈등 예고
2025년 11월 18일(화) 20:05
김범모 광주테크로파크 원장 입후보자가 18일 광주시의외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공>
광주시의회가 광주시장에게 김범모 광주테크노파크(TP) 원장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2015년 인사청문제도 도입 이후 출자·출연기관장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강 시장이 임명을 강행하면 집행부·의회간 갈등이 촉발될 것으로 우려된다.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18일 김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후보자에 대해 도덕성과 직무 능력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하지만, 후보자의 핵심 자료 제출 거부로 두 차례 정회 끝에 청문회를 중단하고, 만장일치로 ‘후보자 지명 철회’를 결정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국회 보좌진과 중앙당 정책위 전문위원,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거치며 경제 재정 정책 전문가로 성장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기업이 성장하면 지역이 성장한다’는 비전 아래 AI 실증 사업화, 중소·중견기업 스케일업, 알리백(RE100) 지원 등을 4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본 질의에 앞서 자료 제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박필순 인사청문특별위원장은 “위원회에서 10월 22일과 11월 3일 두 차례에 걸쳐 후보자 도덕성 검증을 위한 자료를 요청했다”며 3가지 핵심 자료가 미제출됐음을 알렸다.

요청 자료는 ‘자녀 초·중·고·대학 입학·전학·졸업 현황’, ‘후보자와 배우자를 포함한 최근 5년간 금융 거래 현황’,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재직증명서·사업자 등록 내역’ 등이었다.

김 후보자는 “개인정보보호법과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제출이 곤란하다”며 “배우자와 자녀 본인의 동의가 필요한데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위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강수훈 위원은 김 후보자가 2022년 박홍근 원내대표 정책특보로 재직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배우자 자료 제출을 거부해 파행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다른 사람을 검증할 땐 잣대를 들이대고 본인이 검증받을 땐 그 잣대를 거두느냐”며 “국민의 검증을 받기 싫다면 스스로 물러나라는 것이 당시 입장 아니었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결국, 박 위원장은 오전 11시께 “자료가 제출되지 않으면 질의를 시작하기 어렵다”며 1차 정회를 선포했다.

오후 2시에 속개된 회의에서도 김 후보자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배우자 과거 재직 현황이나 소득 증명은 찾기 어렵고, 금융 거래 내역은 사생활과 관련돼 제출이 어렵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기보다 법령에 따른 제한을 설명드린 것”이라며 “의원님들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거듭 말하자, 박수기 의원은 “개인 의견과 ‘생각이 다르다’는 말로 지방의회의 정당한 요구를 가볍게 넘기는 태도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유감을 표했다.

김 후보자가 제출한 직무수행계획도 도마에 올랐다.

서임석 의원은 “원장 직무수행계획서를 받았는데, 광주테크노파크가 제출한 기관 업무현황 보고서보다 못하다”며 “AI 산업 융합, RE100(알리백) 추진 등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하지만 기존 전략과 구조적 차별성이 없고, 산하 센터 간 협력이나 조직 개편, 구조조정 구상은 언급조차 없다”고 평가했다.

강수훈 의원은 “원장 공모 당시 인사청문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했느냐”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청문회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런 수준의 자료 제출까지는 처음 지원할 때는 몰랐다”고 답했다. 이어 “알고 있었다면 지원했겠느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위원회는 오후 4시께 10분간 2차 정회에 들어갔고, 논의 끝에 청문회 중단을 결정했다.

박필순 위원장은 “자료 미제출은 지방의회의 도덕성 검증을 거부하는 것이며, 의회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후보자는 기관장이 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위원회는 마지막으로 “시장은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며 “임명을 강행할 경우 예상되는 모든 혼란과 정치적 책임은 시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한 뒤 산회를 선포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특위의 지명 철회 요구를 받아들일 수도 있고, 법적으로 보장된 임명권을 행사해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위가 “(광주시가) 임명을 강행할 경우 테크노파크의 혼란과 정치적 책임은 시장에게 있다”고 경고해 갈등을 예고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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