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인 해설사와 ‘ACC 한바퀴’
김동우 씨, 8월부터 해설사 활동
24살 때 사고 후 점점 시력 잃어
“좌절 딛고 직업 갖기 위해 노력
내 경험 누군가에 용기 되었으면”
24살 때 사고 후 점점 시력 잃어
“좌절 딛고 직업 갖기 위해 노력
내 경험 누군가에 용기 되었으면”
![]() 김동우 해설사가 18일 ACC 문화정보원에서 관람객들에게 ACC 공간과 역사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여러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언제 개관했는지 아시나요? 맞습니다. 2015년이에요. 올해는 개관 10주년이라 여러 공연과 전시를 만날 수 있어요.”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에 관람객들이 귀를 기울인다. ACC 방문자센터에서 시작해 어린이문화원, 문화정보원, 예술극장으로 이어지는 넓은 동선을 그는 익숙하게 안내한다. 이날 관람객들 앞에 선 이는 ACC 최초의 시각장애인 해설사 김동우(31) 씨다.
기자는 18일 오전 진행된 ‘ACC 한바퀴’ 투어에 동행했다. 동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온 어르신 10여 명이 이날 투어에 함께했다.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외투 깃을 여민 어르신들은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ACC 곳곳을 둘러보며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문화정보원 로비의 잔망루피 캐릭터와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는 기념사진을 찍으며 “평생 광주에 살았지만 이렇게 멋진 곳이 있는 줄 몰랐다”는 감탄도 나왔다.
한 어르신이 김동우 해설사를 향해 “외국 분인가요? 말도 잘하고 잘생겼네요”라고 묻자 일행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관람객 대부분은 그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전당 공간을 설명하고 관람객을 챙기는 그의 동작과 목소리가 매끄럽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ACC는 올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광주지역본부와 함께 시각장애인·지적장애인 직원을 처음 채용했다. 김 씨는 지난 8월 투어해설사로 선발돼 한 달간 교육을 받은 뒤 9월부터 현장에 섰다. ACC는 현재 ‘ACC 한바퀴’, ‘건축투어’, ‘공공미술투어’ 등 3종의 정기투어를 운영하며, 총 4명의 해설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장애인 해설사는 김 씨가 처음이다.
“처음 투어에 나섰을 때는 막막했습니다. 스크립트를 반복해서 읽고 선배 해설사분들의 설명을 따라다니며 익혔어요. 두세 번까지는 많이 떨렸는데, 네다섯 번 지나면서 관람객 반응에 맞춰 설명을 조절하는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김 씨는 왼쪽 눈 일부 시력만 남은 경증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 24살이던 2019년 취미로 하던 킥복싱 연습 중 눈을 크게 다치면서 시력이 급격히 나빠졌고, 2021년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전까지 그는 꿈 많은 청년이었다. 대학에서 미용을 전공해 미용실에서 일해보았고, 철도기관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송원대 철도운전시스템학과로 전과하는 등 진로를 찾아가던 시기였다.
“장애 판정을 받았을 때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면 빨리 적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후 그는 장애인이 지원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 여러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업무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잡무를 하는 건 괜찮았지만 제 업무가 없고 ‘시간을 때우는 역할’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제 몫을 하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다는 점이 힘들었어요.”
ACC에 와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투어 진행이라는 업무를 맡아 관람객과 직접 소통하고, 필요한 부분을 배우며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동료들과의 교류 또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단합모임 등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직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처음 받았습니다.”
현재 김 씨는 ‘ACC 한바퀴’ 투어를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앞으로 건축투어 등 다른 프로그램으로 영역을 넓히고 싶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욕심이 많은 편이라 더 빨리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지만, 속도가 마음만큼 따라오지 않을 때가 있죠. 그래도 차근차근 배우며 선배들처럼 능숙한 해설사가 되고 싶습니다. 이곳에서 오래 일하며 제 역할을 인정받고 싶어요.”
비슷한 상황에 놓인 장애인 취업 준비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덧붙였다.
“저도 여러 곳에 지원하며 실패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한 번 더 도전했기 때문에 지금 여기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움직이면 분명 새로운 길이 열릴 거예요. 제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에 관람객들이 귀를 기울인다. ACC 방문자센터에서 시작해 어린이문화원, 문화정보원, 예술극장으로 이어지는 넓은 동선을 그는 익숙하게 안내한다. 이날 관람객들 앞에 선 이는 ACC 최초의 시각장애인 해설사 김동우(31) 씨다.
문화정보원 로비의 잔망루피 캐릭터와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는 기념사진을 찍으며 “평생 광주에 살았지만 이렇게 멋진 곳이 있는 줄 몰랐다”는 감탄도 나왔다.
한 어르신이 김동우 해설사를 향해 “외국 분인가요? 말도 잘하고 잘생겼네요”라고 묻자 일행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관람객 대부분은 그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전당 공간을 설명하고 관람객을 챙기는 그의 동작과 목소리가 매끄럽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처음 투어에 나섰을 때는 막막했습니다. 스크립트를 반복해서 읽고 선배 해설사분들의 설명을 따라다니며 익혔어요. 두세 번까지는 많이 떨렸는데, 네다섯 번 지나면서 관람객 반응에 맞춰 설명을 조절하는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김 씨는 왼쪽 눈 일부 시력만 남은 경증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 24살이던 2019년 취미로 하던 킥복싱 연습 중 눈을 크게 다치면서 시력이 급격히 나빠졌고, 2021년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전까지 그는 꿈 많은 청년이었다. 대학에서 미용을 전공해 미용실에서 일해보았고, 철도기관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송원대 철도운전시스템학과로 전과하는 등 진로를 찾아가던 시기였다.
“장애 판정을 받았을 때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면 빨리 적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후 그는 장애인이 지원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 여러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업무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잡무를 하는 건 괜찮았지만 제 업무가 없고 ‘시간을 때우는 역할’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제 몫을 하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다는 점이 힘들었어요.”
ACC에 와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투어 진행이라는 업무를 맡아 관람객과 직접 소통하고, 필요한 부분을 배우며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동료들과의 교류 또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단합모임 등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직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처음 받았습니다.”
현재 김 씨는 ‘ACC 한바퀴’ 투어를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앞으로 건축투어 등 다른 프로그램으로 영역을 넓히고 싶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욕심이 많은 편이라 더 빨리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지만, 속도가 마음만큼 따라오지 않을 때가 있죠. 그래도 차근차근 배우며 선배들처럼 능숙한 해설사가 되고 싶습니다. 이곳에서 오래 일하며 제 역할을 인정받고 싶어요.”
비슷한 상황에 놓인 장애인 취업 준비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덧붙였다.
“저도 여러 곳에 지원하며 실패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한 번 더 도전했기 때문에 지금 여기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움직이면 분명 새로운 길이 열릴 거예요. 제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