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80곳 상점가 다 묶어도 골목 상권은 여전히 힘들어”
전문가 “온누리·쿠폰 넘어 상권 매니저·주차·브랜딩 필요”
광주 도시경제 체질 ‘상권 중심 체계’로 발상 대전환해야”
2025년 11월 18일(화) 19:40
/클립아트코리아
전문가들은 광주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지속과 성장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상인들은 주차장 인프라 확충과 금융·세제 지원, 상권 매니저와 현장형 지원센터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17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광주 골목상권 활성화 정책토론회’에서는 골목형 상점가 지정 확대와 소비쿠폰 정책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상권 발굴·관리체계 부재와 중앙정부 온누리 예산 의존이라는 구조적 취약성이 잇따라 제기됐다.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은 “광주 상권정책의 가장 큰 과제는 ‘지속 가능한 상권 발굴·진단 체계의 부재’”라고 못 박았다.

신현구 재단 대표는 “지금까지 광주는 점포 단위 중심의 단년도 지원사업 구조가 이어져 왔다”며 “단기 매출을 올리는 효과는 있지만 상권 전체의 구조·브랜드·정체성을 만들 장기 전략은 부재하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이제는 시설 위주의 1차원적 정책을 넘어, 상권 단위로 기획·운영을 도와줄 사람과 조직 중심의 2차원 정책으로 넘어가야 한다”며 “골목상권 진흥센터를 중심으로 시·자치구·재단·상인회가 함께 상권을 관리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상인들의 목소리는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이 실시한 설문에 담겼다.

89.8%는 골목상권 지원정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상인들이 꼽은 골목형 상점가 활성화 최우선 과제 1순위는 공용 주차장과 교통 접근성 개선으로 50.6%를 차지했다. 이어 금융·세제 지원이 41.6%, 전통시장·골목상권 환경 개선, 상인 공동마케팅과 홍보 지원, 지역 축제·이벤트 연계 고객 유입 프로그램 등이 뒤를 이었다.

한 전문가는 “온누리는 오늘 매출을 올려주는 수단이지만, 주차장은 10년 뒤에도 상권을 살려주는 시설”이라며 “매출의 양을 늘리는 정책에서 상권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상권활성화를 도맡을 ‘사람’과 ‘조직’에 대한 요구도 컸다.

이민철 광산구도시재생공동체센터장은 “골목상권은 소상공인 생계만이 아니라 주민의 일상과 커뮤니티, 동네 문화가 형성되는 기반시설”이라며 “상인회·주민자치회·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동 행정이 상권을 매개로 협력하는 구조를 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자치회·상인회·아파트 대표·청년·동 행정이 함께 참여하는 ‘로컬브랜드 상권위원회’와, 상권 기획·운영을 책임지는 상권 매니저 배치를 정책 대안으로 내놨다.

그는 라이브커머스 교육, SNS 기반 상권 홍보, 온라인 예약·결제 시스템 도입 등 디지털 전환 지원도 골목상권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과제로 꼽았다.

문화·콘텐츠 분야 전문가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거리’로 전락한 광주 골목상권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윤현석 컬쳐네트워크 대표는 “많은 상점가가 유사 업종과 비슷한 메뉴로 채워져 지역 정체성을 반영한 로컬 콘텐츠가 부족하다”며 “장인·청년 창업 기반의 로컬 브랜드가 부족해 외부 방문객에게 ‘굳이 광주에 와야 할 이유’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상권 단위로 기획·홍보·운영을 맡을 ‘상권 매니지먼트 조직’(Handling System)을 제안했다.

이 조직이 상권 전체의 공간관리, 이벤트 기획, 점포 컨설팅, 홍보마케팅을 통합 운영하고, ‘로컬 브랜드 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골목상권에서 지역 대표 브랜드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 온누리상품권 예산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광주 골목상권의 ‘시스템 리스크’로 거론됐다.

골목형 상점가 지정 확대로 온누리 가맹과 회수액이 급증했지만, 그만큼 지역 골목경제의 혈류가 한 가지 예산 축에 지나치게 묶여 있다는 우려다.

토론회에서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조직 설계 방향도 논의됐다. 골목상권 전담 인력을 양성해 상권별로 배치하고, 시와 자치구가 공동으로 ‘골목상권 지원센터’를 설립해 상권별 컨설팅과 데이터 관리, 공동마케팅, 사회적경제 연계를 맡기는 방안이다.

상권별 매출·유동인구·재방문율 등을 데이터로 관리해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고, 주차장·보행환경·디자인 개선 같은 물리적 인프라 사업과 연동하는 ‘다층 패키지’ 전략도 함께 제시됐다.

한 토론 참여자는 “지금까지는 ‘얼마나 많은 (상권을) 지정했느냐’가 성과의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오래 버티고 성장하는 상권을 만들었느냐’가 기준이 돼야 한다”며 “상권이 살아야 동네가 살고, 동네가 살아야 도시가 지속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정책토론회 좌장을 맡은 박필순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은 “오늘 논의는 단순히 온누리 한 장, 쿠폰 한 장의 문제가 아니라 광주 도시경제의 체질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관한 고민”이라며 “의회와 집행부, 재단, 상인·주민이 함께 ‘상권 중심 체계’로 발상을 전환할 때 광주 골목상권의 두 번째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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