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손상으로 의식을 잃고 치료받던 전남대 태국 유학생이 학우들과 단체들의 도움으로 가족 품에 안겼다. 전남대 학생모임 ‘리듬오브호프’(리듬 전남대지부) 회원들은 고국 이송을 위한 비용모금 캠페인을 진행했고 이에 호응한 배우 이영애<사진>, 베트남 대사관 등이 힘을 합친 결과 시리냐씨는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갔다.

전남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던 시리냐씨는 지난 7월 숙소에서 쓰러져 경막하출혈 진단을 받고 의식이 없는 상태로 치료를 받아왔다. 의료진은 심각한 뇌손상으로 의식 회복이 어렵다고 소견을 밝혔고 그의 어머니는 “딸을 타국의 병실에 홀로 둘 수 없다”며 고국 이송을 간절히 요청했다.

하지만 미납 치료비가 수천만원에 달하는데다 해외 환자 이송비가 필요해 사실상 귀국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언어교육원 교수가 리듬 전남대지부를 담당하던 사회복지학과 교수에게 이 같은 사정을 전하며 사연이 알려지게 됐다. 리듬 전남대지부는 시리냐씨를 돕기 위해 카드뉴스와 포스터, 영상 등을 제작해 SNS와 포털사이트에 공유했고 대대적 모금 캠페인에 나섰다. 전국 각지에서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모인 성금은 900만원에 달했다.

특히 ‘봄날은 간다’, ‘친절한 금자씨’의 배우 이영애씨는 시리냐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리듬 전남대지부에 환자 이송에 필요한 금액에 물은 뒤 해당 금액을 계좌로 송금했다.

시리냐씨의 무사 귀국에는 많은 단체의 손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애초 이송 비용은 9000만원에 달했지만 태국 대사관의료봉사단체 (사)베트남평화의료연대, 해외 환자이송 전문업체 ㈜네오까지 협력하면서 크게 줄었다. 전용 에어앰뷸런스 대신 일반 항공기의 좌석 6개를 제거하고 의료용 침상을 설치해 의료진이 동행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 도움의 손길 끝에 시리냐 씨는 대한항공 항공편으로 의료진과 함께 귀국길에 올랐다.

지난 15일 광주에서 인천공항까지의 육로 이송을 담당한 김우현 응급구조사는 “수많은 환자를 이송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대학생들이 마음을 모아 이런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리듬오브호프 대표 이보람(법학전문대학원 2학년) 학생은 “같은 학교 학생이기에 자연스럽게 돕고 싶었을 뿐이지만, 전국의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더 큰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며 “오늘 시리냐 씨의 눈꺼풀 움직임을 보고 작은 희망도 느꼈다. 고국에서 어머니 목소리를 듣고 꼭 의식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리듬 전남대지부 학생들은 앞으로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시리냐 씨의 귀국 과정과 고향에서의 모습을 담은 영상편지를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할 계획이다.

한편 리듬오브호프는 전국 500여명의 회원을 둔 재난적의료비환자를 위한 단체로 전남대지부에는 15명의 전남대 학생들이 소속돼 있으며 소득 수준에 비해 과중한 의료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온라인 후원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