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시대, 우리의 자세- 류진창 ㈜와이드팜 회장·수필가
2025년 11월 14일(금) 00:20
한 국가를 구성하려면 국민과 영토 그리고 주권이 있어야 한다.

국민은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필연성이 있는 것으로서 주권이 미치는 대상이 된다. 또 한 영토는 주권이 미치는 공간적 범위를 말한다. 즉 육지와 영해 영공이 영토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주권은 대내적으로는 국민과 영토를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이며 대외적으로는 타국으로부터 독립된 자율성을 의미한다. 이처럼 국가 구성의 최소한의 요소를 들 수 있다.

외딴 농촌 마을 비닐하우스 안에서 피부색이 우리와 다른 노동자를 보고도 놀라워하지 않는다. 또 한 산업현장이나 요식업 종사자 중 말씨가 어눌한 외국인 근로자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들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면 우리의 산업현장은 마비된다는 위험한 견해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한다. 2021년 행정안전부의 발표에 의하면 외국인 주민 수는 약 21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시적 감소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폭발적 증가추세다.

원인은 노동환경이 열악하거나 기피하는 3D업종으로 더럽고(Dirty) 위험하고(Dangerous) 힘든 일 (Difficult)을 우리 국민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중 우리의 산업구조가 커짐에 따라 노동수요를 충당하지 못한 원인도 있겠지만 인구가 줄어들어 노령화되는 영향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세계 최저의 출산율도 분명 한몫했으리라 생각된다.

세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한 국가의 총인구에서 외국인의 비율이 이민 2세, 귀화자 등 이주 배경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5% 이상이면 다문화 다인종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4.1%의 비율이니 점차 다문화 다인종 국가에 근접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이제는 단일 민족주의 순혈주의 백의민족을 강조해온 우리 사회도 이러한 사회구성원의 다양화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변화를 요구받는 것이다.

우리는 위대한 민족이다. 어떤 학자는 세계 최고의 국민성을 지닌 민족을 우리 민족이라 한다.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 한강의 기적을 일굼으로써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음은 물론 세계 5대 군사 강국이라는 자랑스러운 나라 국민이다. 지구촌에 우리의 가치를 내보이고 있는 K 문화와 K 방산, K 아이티, K푸드를 비롯해 언제부터인가 망치 하나라도 우리 국민 스스로가 메이드 인 코리아를 찾고 있다. 다른 나라 제품보다 품질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중앙아시아 모 국가의 총리를 만나러 갔을 때 총리실 벽에 걸 TV가 필요했다. 비서실에서는 기왕 선물하려면 꼭 품질 좋은 한국산을 걸었으면 좋겠다 당부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에 자부심을 갖고 대단한 나라 민족임을 바탕에 깔고서 밀리지 않는 상담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발전된 문화와 산업 전반을 우리 스스로 자긍심을 가지고 당당히 누리고 받아들인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언어와 풍습 등 모든 것이 다른 외국인을 가슴에서 우러나는 따뜻한 정으로 포용하고 관심과 사랑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럼으로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오랫동안 저출산을 우려했다. 나라의 구성원이 줄어들어 외국인이 판을 치는 나라가 된다면 그들의 나라가 될 뿐이라는 견해를 피력해 왔다.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어쩔 수 없이 외국인을 받아들여야 하는 형편이며 추세라면 우리 국민의 자세 또한 그에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문화적 한계를 인식하며 편견을 버려야 한다.

문화적 배경이 세계화를 이해하고 적절한 위치에서 새롭게 정립하여 국민적 역량이 필요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우리는 외국인을 내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어야 한다. 만약 우리에게 환란이 닥쳤을 때 그 외국인 스스로가 우리와 같이 충성심을 발휘하도록 만들어갈 의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독일 출신으로 19세기 후반에 활동했던 철학자 니체는 현대철학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 “한 나라의 침몰은 외부의 침략에 의하여 무너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너진다”라는 유명한 교훈을 남겼다. 우리는 한시도 니체의 사상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국인에게 더 큰 관심과 사랑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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