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경제학
2025년 11월 12일(수) 00:20
최근 금 1돈(3.75g) 시세가 80만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1년 새 40% 이상 상승할 정도로 치솟는 가격에 돌 반지 선물은 언감생심이다.

금은 화폐나 귀금속으로 기능하지만 광물 차원에서도 존귀한 금속이다. 원자번호는 79번이고 원소기호는 Au(에이유)다. 모든 금속 중 가장 안정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어떤 물질에 의해서도 변색하거나 녹슬지 않는다. 게다가 다루기가 쉽고 어떤 모양이든 만들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금은 세계 어느 곳에나 있지만 쉽게 구하지 못해 귀하게 대접받는다. 미국의 시장정보 조사업체 비주얼캐피털리스트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류가 채굴한 금은 모두 합쳐 21만6265t에 이르며 이 금을 모두 녹여 모으면 한 변이 약 22m(4층 건물 높이)의 정육면체가 된다고 한다. 매장량 가운데 경제적으로 채굴 가능한 물량은 6만4000t으로 한 변이 약 15m짜리 큐브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채굴된 금의 약 45%는 보석류로 존재하고 22%는 금괴와 주화 형태로, 17%는 중앙은행이 보유 중이다. 나머지는 전자·항공 등 산업용으로 사용된다.

금은 한정된 자원이란 점에서 그 가치가 상상 이상이다.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비싼 존재로 통용되고 있는 이유다. 화폐와 장신구의 주재료로 권력과 부의 상징이 되는 것은 물론 믿음과 탐욕의 상징으로 사실상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금 시세가 고공행진을 하다보니 ‘금테크’가 유행하고 금은방 관련 절도 사건도 늘고 있다. 변덕스러운 화폐 가치와 달리 금은 그 자체로 가장 확실한 ‘가치 저장소’로 여겨지며 인류의 시선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값 상승이 단순히 투기 열풍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며 고물가와 경기 둔화, 지정학적 긴장이 겹치며 안전자산을 찾는 심리가 극대화된 결과라는 점에서다.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전쟁 위험이 커질수록 금은 더욱 빛을 발하지만 경제·사회 현실은 반대로 어두워진다라는 이치를 알아야 한다.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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