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속 학교체육 재설계, 생활체육에서 선수까지 육성”
위기의 학교체육<5> 체육 인식·시스템 개선 필요
방과후·동아리 등 활동 활성화
체육지도자 전문적인 교육 필요
‘공부하는 학생선수’ 정책 개선
공급재 아닌 소비재로서 역할 고민
2025년 11월 10일(월) 19:25
선수 수급 약세, 지도자 교육 부실, 정책 혼선 등 총체적 위기에 빠진 학교체육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실효성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학교체육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 엘리트 체육 학교인 광주체중의 감독과 코치진은 전국에서 열리는 초등부 대회에 참여해 스카우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광주를 대표하는 종목 중 하나인 레슬링을 비롯해 체조, 사이클 등 다양한 종목에서 초등부 선수 수급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부 선수 수급 문제를 절감한다는 이준재 광주체중 교장은 “체육은 입시와 무관한 것이라는 국가적 시선, 사회적 분위기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한국이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선례로 ‘일본’을 언급했다. 일본은 학교 운동부인 ‘부카츠’(部活)를 통해 학교체육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과후 운동 동아리 개념으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교과외 활동이다. 의무가 아님에도 일본 중학생의 90%, 고등학생 70%가 참여할 만큼 활성화 돼 있다. 체육수업은 ‘불필요한 것’, ‘입시와 무관한 과목’으로 인식되는 한국과 다른 분위기다.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세계적 스타를 배출해 낸 야구 강국이기도 하다. 일본은 프로야구 외에 고교야구에도 열광한다. 한국 야구는 황금사자기, 대통령배 등 여러 대회가 분산돼 있고 중계가 이뤄지지 않아 일부 관계자, 가족들만의 무대가 되는 반면 일본은 전국 4000여개 학교가 참가하는 최대 규모의 고교야구 선수권 대회 ‘고시엔’가 있어 수만명의 관중, 전국민적인 고교 스포츠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

이 교장은 “일선 학교에서 체육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가 달려있다”며 “인식이 개선되면 학생선수들이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체육에 흥미를 갖기 위해선 체육 지도자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선희 국립목포대학교 레저스포츠지도학과 교수는 “최우선적으로 초·중·고 학교 체육수업부터 충실히 이뤄져야 한다”며 “학교 수업에서 배운걸 학교 스포츠 클럽, 방과후에서 실천하고 다시 학교 수업을 받는 선순환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체육교사, 스포츠 강사, 방과후 지도자들이 잘 배워서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남의 경우 학교체육을 위해 좋은 시설을 많이 만들었지만 정작 지도자 교육이 제대로 안 돼 주먹구구식 교육이 이뤄지고, 전남 학생들은 제대로 된 체육이 아닌 그저 노는 시간으로 여기고 있다. 결국 전남 학생들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만율을 자랑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소형석 대한체육회 학교생활체육부장은 교육부의 ‘공부하는 학생선수’ 정책 개선을 강조했다.

소 부장은 “취지는 좋지만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며 “결국 선수들은 공부도, 운동도 어느 것 하나 집중하지 못하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심판자격증, 물리치료 등 선수가 아니더라도 체육 혹은 해당 종목과 관련된 직업이 많이 생기고 있다”며 “천편일률적인 학업 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닌 각자의 종목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탄력적이고 특성화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생선수라는 개념없이 체육을 좋아하고 잘 하는 학생이 언제든지 선수로 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택천 전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은 “엘리트 체육이라는 건 공급자 편의를 위한 개념으로, 일반학생과 학생선수라는 두개의 개념이 아니라 ‘선수’라는 하나의 개념을 갖고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력이 뛰어나면 누구나 선수로 뛸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선수로 전향해야만 가능한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면 실력있는 학생들이 자연스레 체육관을 찾고, 다양한 종목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전 위원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체육이 공급재가 아니라 소비재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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