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문학상 10년 - 박성천 문화부장
2025년 11월 10일(월) 00:20
올해는 윤동주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80주년이 되는 해다. 광복을 불과 몇 달 앞두고 후쿠오카 감옥에서 의문의 죽임을 당한 그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주었다. 해맑은 영혼의 소유자였던 윤동주는 유년시절부터 ‘어린이’ 잡지 등을 구독하며 시인의 꿈을 키웠다. 광명중학교를 거쳐 서울의 연희전문(현 연세대)을 졸업 후 일본 유학을 떠난다. 릿교대에 입학하고 도시샤대로 옮겼지만 사상이 불온하다는 죄목으로 일경에 체포돼 옥사(獄死)를 당한다.

윤동주 시인의 80주기와 맞물려 그를 기리는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 가운데 지역에서도 의미있는 무대가 펼쳐졌다. 지난 달 광주 남구문예회관 공연장에서 무대에 올려진 융복합 공연 ‘윤동주, 그를 만나다’는 시인의 시 세계를 다층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자화상’, ‘서시’, ‘별 헤는 밤’ 등 애송시들을 모티브로 한 창작곡과 샌드아트, 낭독 등은 세대와 장르를 초월한 공감의 무대였다.

이에 앞서 일본 도시샤대는 지난 2월 윤동주 시인에게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1875년 설립된 도시샤 대학이 사망한 사람을 대상으로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한 것은 처음으로, 그만큼 윤동주의 문학과 삶이 일본인들에게도 울림을 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학 측은 “윤동주 시인을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이 담긴 결정”이라고 언급했다.

문학계에서도 윤동주 80주기 관련 행사들이 진행됐다. 광주일보와 계간 ‘시산맥’이 공동 주관하는 ‘동주문학상’은 올해 10회를 맞아 어느 해보다 그 의미가 남달랐다. 윤동주 시인의 시 정신을 구현하고 확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본상 1000만원을 비롯해 해외작가상 등 모두 4개 부문에 걸쳐 상을 수여한다.

본상 수상자인 김종미 시인은 인터뷰에서 “시인의 길을 끝까지 가는 과정에 동주 문학상 수상이라는 꽃을 만났다”며 “윤동주 시인은 누구보다 현존재를 살다 간 시인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국어로 글을 쓰고 사유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나아가 시를 통해 불의한 세계를 고발하는 것은 윤동주 시인의 유훈에도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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